▲ 권광순<br /><br />대구·경북부
▲ 권광순 대구·경북부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할 공무(公務)가 사무(私務)로 처리되면 국민의 혈세가 헛되이 쓰여지기 마련이다. 행정감사부서의 철저한 점검이 쉼 없이 요구되는 이유도 공무 조직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공무 이기주의를 경계하기 위함이다.

최근 안동시의 위험천만한 발상으로 빚어진 재선충 창궐 사태는 바로 만성적인 공무 이기주의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동지역 전체 면적에서 재선충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원인을 두고 산림 전문가들도 의아해 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담당 부서의 엉터리 집계에 허위 보고가 재선충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안동시 산림녹지과가 연도별로 방제한 자료에는 2012년 440 그루에 불과한 재선충 고사목은 2013년도 3천여 그루로, 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이미 재선충병이 창궐할 조짐이 보인 것이다.

문제는 안동시 산림부서에서 지난해 1만2천여 그루로 집계한 고사목 가운데 7천여 그루를 빼고 보고한 사실이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히 올해 집계 과정에서 지난해 누락 분량까지 포함해 상부에 보고한 사실은 경악할 수준이다. 이 같은 허위 보고는 초동방제 실패로 이어져 급기야 안동 전역에 확산된 재선충병은 백두대간까지 위협할 수준의 국가 예산만 더 축나게 됐다.

그럼에도 해당 부서는 광활한 산림 면적에 담당 공무원 부족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동시는 예산에 맞게 방제계획을 세운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확한 보고서로 제대로 된 예산을 책정받아 집행할 수 있음에도 고사목 숫자를 고의로 줄인 이유를 그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고사목 숫자를 줄여야 적절한 예산에 맞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올해는 일을 많이 할려고 누락된 고사목 숫자도 포함시켰다”는 관련 공무원의 답변에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이들은 재선충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도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데 소홀히 했다. 상·하 모두 아는 사실조차 서로 눈 감아 준 공무조직의 집단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홍보비용을 마련했다` 며 안동시 해당 부서에서 오로지 돈으로 언론 보도를 막을려는 저급함까지 보이면서 아직도 이번 사태의 체감온도조차 못 느끼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정작 문제가 불거져도 안동시 감사부서는 잠잠하다. `경북도가 아직 기침이 없기에` 감사를 할 수 없다는 등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묵인·방조와 공무 이기주의로 정부의 오판을 초래한 안동 재선충 사태.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경북도와 안동시의 후속조치를 주시한다.

안동/gskw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