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br /><br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12월 들어 제법 쌀쌀해진 포항의 초겨울을 뒤로 하고 몽골행 비행기에 올랐다. 3시간여 비행 끝에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공항에 도착하니 온통 흰색의 눈과 얼음이다. 낮기온이 섭씨 영하 12도이지만 이곳으로서는 그리 춥지 않은 날씨라고 한다. 작년 이맘때 낮기온이 영하 18~20도였는데, 요사이 풀렸다고 한다.

몽골은 땅덩어리가 우리 한반도의 7배 반이나 되지만 인구는 300만명이다. 여기에 더하여 20만명 이상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 체류하고 있고, 중국의 내몽골 자치구에 400만명의 몽골족이 살고 있다고 하니 전세계의 몽골인의 수는 800만명은 될 것이다. 물론 중국의 몽골인들은 이미 중국화되어 몽골을 조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 안은 한국의 아파트만큼이나 따뜻하다. 도심의 건물들은 각자 난방하는 게 아니라 울란바토르시에서 3개의 대형 파워플랜트를 작동시켜 온수를 공급한다. 덕분에 시민들은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보나 갈탄을 때기에 대기오염의 원흉이 된다. 겨울철의 낮시간, 특히 러시아워에 길가에 나가면 5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하다. 국제적인 기준치의 7~8배 이상 대기오염이 심한 곳이 울란바타르이다. 교외로 가면 넓게 펼쳐진 무허가 판자촌이 있는데 울란바타르 130만명 인구의 50% 이상이 무허가판자촌에 살며 이들은 스스로 난방을 해결해야 한다. 이들이 때는 연료가 또한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길가에 갈탄과 장작들을 푸대에 넣어 쌓아 놓고 팔고 있는데 연료는 이것들만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쓰이는 소나 말의 배설물 말린 것, 폐타이어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

몽골국제대학교, 한동대학교, 그리고 몽골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몽골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도시기본계획 수립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는데 토론자중 하나인 몽골정부의 고위공무원 한분이 질문을 했다. 몽골인에게는 게르에서의 삶이 몽골의 전통문화인데 인구가 급격히 늘어 게르가 문제가 되고, 정부에서는 이를 되도록 다 헐고 고층아파트로 건축함을 선호하는데 필자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필자는 울란바타르가 너무 한국의 도시들을 본받지 말라고 했다. 현대적으로 개발되었지만 한국의 전통은 사라졌으니까. 또한 지금은 모두가 잘 사는 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가난한 이들이 쫓겨 가고 저소득층 주택 감소로 큰 어려움들을 겪었으니까. 하지만 울란바타르와 같은 대도시의 도심에서 대지를 넓게 차지한 게르 주거를 고집하기는 힘든 일이다. 울란바토르의 인구에 비해 도심이 좀 더 압축도시화 되어야 하니 고밀도 개발이 필수적이겠지만 건물형태, 빌딩화사드, 오픈스페이스 등이 좀 더 지역문화에 어울리게 디자인 될 필요가 있다. 교외 신도시들도 되도록 압축도시로 건설하되, PUD(블록단위 개발)를 택하던가, 좀 더 자유로운 조닝(Zoning·용도지구)을 허락하여 전통문화에 맞는 주거생활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버스와 전기버스인 트롤리가 다니고 있지만 미미해서 시민들은 대부분 자기 차를 몰고 다녀야 하며, 주요간선도로는 낮시간에도 정체가 심하다. 정체해소를 위해서도, 도시의 지나친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경전철이든 트램이든 혁신적인 공공교통시스템이 필요하다.

도심은 이들이 꿈꾸는 대로 2030년에 동북아의 비즈니스허브가 되기 위한 교통, IT, 비즈니스센터, 호텔 등에 걸친 다양한 시설들과 지원 법령들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추위에 견디는 수종을 택하여 녹지대 조성이 필요하고, 건물자체에도 로비 등을 사람들이 모이고 식물들이 자라는 공간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고, 거리에도 크고 작은 돔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역시 추운 캐나다의 경우를 보면, 추운거리에 다양한 형태의 정거장, 버스정류장 등 대기공간들이 바람을 막고 햇빛을 받아들이게 설치되어 시민들이 추위도 피하고, 전망을 즐기고, 담소도 하는 공간이 되었다. 몽골도 이를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문제는 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