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네모네는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기다림`이다.
“아네모네는 피는데 아네모넨 지는데/ 아련히 떠오르는 그 모습 잊을 길 없네.”(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 `아네모네`)

`아네모네의 마담`은 여성심리를 잘 묘사한 주요섭의 소설 제목이다.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이 자리를 잡고 데라우치 총독 암살 작전을 모의하는 바의 이름이 `아네모네`다.

아네모네는 바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Anemos에서 유래했다. 1147년 2차 십자군 원정 때 성지에서 가져온 흙 속에 아네모네의 알뿌리가 들어있어서 이 흙을 사용한 순교자의 묘지에서 피와 같이 붉은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이 꽃을 순교자의 피가 되살아 난 것이라 믿었다.

다른 꽃과는 달리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기대, 허무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배신, 속절없는 사랑, 기다림, 사랑의 괴로움, 이룰 수 없는 사랑,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등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종류의 바람꽃이 있다.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들바람꽃, 숲바람꽃, 세바람꽃, 나도바람꽃, 등등. 그렇지만 변산바람꽃은 특이한 꽃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옛날 꽃의 신 플로라에게 아네모네라는 아름다운 시녀가 있었다.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이 사실을 안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멀리 떨어진 궁전으로 내쫓았다. 제피로스는 바람을 타고 그녀를 뒤쫓아 가서 사랑을 이어갔다. 제비로 변한 플로라는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그 광경을 보고 질투에 불탄 나머지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버렸다. 제피로스는 그녀를 잊지 못해 봄이 되면 부드러운 바람을 보내어 화려한 꽃을 피우게 했다.

이 꽃을 아네모네(anemone), 즉 바람꽃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꽃이 피고 지는 원인이 다 바람이기 때문이다.

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