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락<br /><br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태어난 후 줄곧 시골에서 살았다. 60년 전 초등학교 6학년 11월에 전학하기 위하여 트럭을 타고 밤에 대구에 도착했을 때, 가로등 불빛에 번쩍거리는 길을 나는 얼음이 얼어서 번들거리는 줄 알았다. 그것은 처음 본 아스팔트길이었다.

6·25사변 직후에는 길이나 산에서 총알을 줍기도 하고, 상이군경이 많았다. 길거리에는 거지와 부모를 잃은 고아도 많았다. 그들은 지금 돼지나 먹을 수준의 열악한 음식을 얻어먹으면서 살아갔다.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여서 기뻐하는 신문기사를 읽기도 했다. 산길을 걷다가 노루, 토끼, 여우는 물론이고, 산돼지를 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중학 시절에 흑백 TV가 나왔고 TV가 있는 상점 앞에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왁자지껄거리면서 시청을 하였다. 볼펜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30~40년 전에는 어느 가수가 `미니 스커트`라는 짧은 치마를 입었는데 길에서 그 옷을 입으면 위법행위였다. 또 머리를 길게 하면 장발족으로 몰려서 강제로 머리 일부를 싹둑 잘랐다.

그 후 반세기가 조금 지난 오늘날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다. 시골 곳곳의 길은 모두 포장되어 있고 거미줄같이 얽힌 찻길을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절벽이 만들어져서 짐승들의 통로가 막혀버렸다. 여우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TV프로그램도 다양해졌고 채널수가 대단히 많아졌다.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장발을 하고, 거지같은 신세도 `노숙자`라는 말로 대치되었다. 물론 팬티보다도 짧은 치마를 입어야만 현대 여성인 것같이 세태가 바뀌었다. 이제는 지게나 보릿고개라는 단어는 고어사전에만 있는 단어가 되었다. 역사는 태풍과 같이 흘러가고 과학기술은 과속으로 발전한다.

최근 뉴스에서는 차세대 우주선이 2시간 반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고 한다. 지금은 다른 별에 가려고 노력하고, 친척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있다. 4촌의 이름도 가물가물 거린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남녀평등과 인권이 신장될 것이다. 아버지가 여러 사람이어서, 한 어머니의 아이들이 각각 다른 성을 가지거나 어머니 성을 자식에게 물려줄지도 모른다. 우주탐사선이 수년간의 비행 끝에 곧 별에 도착하리라 한다. 인간의 염색체 DNA의 기능과 구조가 밝혀졌다. 생명 조작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실험실 애기가 탄생했다는 소식도 가능하다. DNA조작으로 다른 종류의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2050년쯤에는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아마도 상상한 것보다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달(月)은 그것을 제일 먼저 정복한 나라의 속국으로 되어 있고 지구를 좁게 여겨서 달나라에 이사를 갈지도 모른다. 기계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것이다. 이와 같이 지금의 학생들이 노후가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드디어 우주의 기원과 생명 출발의 신비가 밝혀져서, 종교의 필요성에 대한 토론이 격렬해 질 것이다. 그러면 신부, 수녀, 스님, 목사, 전도사 등의 직업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종교의 미래`에 관한 책을 읽고 난 후 `영화는 미래를 어떻게 그려내는가?`를 알기 위해서, 극장에 가 보았다. 거기에는 우주를 날아다닐 뿐 인간의 갈등이나 사랑, 그리고 음식 재료 등의 기본적인 것은 현재와 변함 없었다.

그러나 지구의 환경은 파괴되어서 온난화로 해수면이 1m 이상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과학으로도 밝혀지고 있다. 제일 큰 걱정은 환경 문제이다. 잘못하면 인류의 종말을 부를지도 모른다. 끝 간 데 없이 발전시키고 싶어도 종말이 되면, 텅 빈 지구가 될 것이다. 누가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지만 후손들을 위해서는 미래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