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요즈음 동네 마트 등에 외국인들이 꽤 눈에 뜨인다. 인근에 대학들이 있어서 외국인교수나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포항을 많이 찾는 것 같다. 눈에 뜨이는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외향이 좀 다른 분들이지만 구별이 힘든 일본인이나 중국인들도 꽤 있을 것으로 보아진다. 외국인들과 비교적 잘 연락하면서 지내는 편인 필자의 경우에는 만났을 때`하이, 하우아유 두잉?`하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지만 약간 시간을 내서라도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청하는 경우도 흔하다.

포항에는 몇 개의 국제화된 대학들이 있어 외국인 교수나 학생들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 많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결혼해서 한국에 온 외국인이나 산업전선에서 일하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대로 두어도 잘들 적응해 지내는 듯 보이지만, 이러한 외국인들이 큰 불편 없이 좋은 인상을 갖고 살아가게 해주는 것도 장기적으로 포항을 알리는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학교 캠퍼스 내에서야 영어도 잘 통하고 저렴한 구내식당도 있지만 양덕동이나 환호동, 또는 육거리 등에 이들이 갈만한 곳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영일대해수욕장은 이들이 잘 가는 곳이다. 양덕동의 커피와 샌드위치를 파는 한 카페도 잘 가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유명 음식점이나 상가들을 자주 권장하지만 이곳에 장기간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이러한 곳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가는 편이며, 비교적 저렴하고 간편한 곳들을 찾는 것 같다. 현재 포항시가 도심재생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필자도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젊은이들의 거리를 조성하되, 낡은 지역이나 빈 건물들을 대학에 빌려주어 한국과 외국인 대학생들이 함께 이용할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벤처도 내고, 벼룩시장처럼 쓰던 물건이나 기념품도 팔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일년에 두어번 축제 기간 중에 학생들이 천막가게들을 연다. 이때는 중국, 러시아, 몽골, 그리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학생들이 자기네 나라의 소품도 팔고 간단한 음식을 팔기도 하는데, 매우 흥미롭다. 학생들로서는 서로를 배우는 기회가 되고 약간의 용돈을 벌기도 한다.

하다못해 양덕동, 환호동 등의 한 장소를 일주일에 한 두번 지정하여 국제벼룩시장 같은 것을 열게 해도 좋을 것 같다. 정식 가게들은 임대료도 비싸고, 출입국법상으로도 외국인 학생들이 이러한 일들이 주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모이다 보면 포항에도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몽골식당, 에티오피아식당, 멕시코식당, 리투아니아식당, 미얀마식당 등이 들어선 이색적인 거리가 조성 될 것이라고 본다.

필자가 잘 아는 한 포항 분은 캐나다를 여행하다가 영어가 좀 서툰 탓에 공항출입국사무소에 까지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담당자가 어디서 왔느냐 묻기에 포항이라고 했더니 아주 반갑게 웃으며 자기도 포항에서 영어선생으로 1년 있었다며 그냥 가라고 했단다. 필자의 경우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포스텍, 한동대, 해병대 등을 언급하며 반가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다. 이제 포항은 포스코 아닌 다른 이유로도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경제도 불황이고 인구도 정체기라서 많은 이들이 `저성장기조의 안정론` 이나 `슬로우시티 필연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경제산업 및 지정학적으로 이미 차별화된 특징을 지닌 도시가 그 특징을 좀 더 살려보려 노력하는 것은 그 도시 자체나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수도권에서 먼 동해안에 위치한 중간 크기의 도시이지만, 동북아 항만네트워크,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계를 통한 실크로드 및 유라시아 운송연계, 시베리아의 자원개발, 연해주의 농업 및 수산업개발, 환동해권 관광네트워크, 그리고 새로 열릴 북극항로 등을 생각할 때 누군가가 나서서라도 포항의 `동해안 및 환동해권 중심도시 역할론`을 부르짖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