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꽈리는 가지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수줍음`이다.
“청사초롱 꽈리 초롱 / 육모 초롱 불 밝혀라 / 청사초롱 불 밝혀라 / 꿈길 천 리 아득한 길 / 꼭두각시 사뿐 온다.”(김영일 작사 `꽈리 초롱`)

“꽈리 속에 / 잘디잔 씨알처럼 / 내 가슴에 가득 찬 얘기들을 / 후련히 쏟아 내며 꽈리를 불고 싶다.”(허정자의 시 `꽈리`)

꽈리 모양을 닮은 것에 `꽈리`를 붙인다. 의학에서는 허파꽈리라는 말이 쓰이며, 꽈리를 닮은 풋고추를 꽈리 고추라 한다. 멸치조림에 들어 있는 쪼글쪼글한 고추가 꽈리 고추다. 열매 모양이 밤길을 밝히는 청사초롱 같다고 하여 `등롱초(燈籠草)`라고도 한다.

꽈리 불기는 익은 꽈리 열매의 씨를 빼고 이것을 불어서 소리를 내는 놀이이다. 먼저 손으로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만지면 하얀 씨가 삐져나온다. 그다음에 입 안에 넣어 조심스레 굴리면서 씨를 다 빼낸다. 쌉쌀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즐기며 씨를 빼낸 뒤 뽀드득 소리를 냈다. `빨간 꽈리 입에 물고 뽀드득뽀드득 / 동글동글 굴리다가 뽀드득 뽀드득…. / 병아리야, / 너희들도 빨간 꽈리 불어보고 싶으냐.` 동요를 부르며 즐겁게 불었다.

옛날에 노래를 잘 부르는 꽈리라는 소녀가 있었다. 어느날 꽈리는 마을의 큰 잔치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질투심이 많은 양반집 딸이 음모를 꾸몄다. 잔치에서 꽈리가 노래를 시작하자 동네 불량배들이 나서서 모욕을 주며 방해했다.

수줍어서 도망친 꽈리는 마음의 병이 커져 몸져누웠다가 죽고 말았다. 이듬해 봄, 꽈리의 무덤가에는 한 포기의 풀이 돋아났다. 가을이 되니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는데 가만히 밖을 내다보는 붉은색의 열매 모습이 꽈리의 수줍어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그 꽃을 꽈리라고 불렀고, 꽈리는 특히 소녀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입에 물고 다니면 노래를 잘 부른다 하여 꽈리를 물고 다녔다.

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