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락<br /><br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신은 만물 중 가장 좋은 최후의 작품으로 자유 의지와 다양성을 가진 인간, 남녀를 만들었단다. 그래서 그들에게 외롭지 않게 가정을 이루게 했다. 사랑을 가슴에 품고 서로를 위하면서 살아가도록 했단다.

이렇게 처음 만난 낯선 두 사람은 어떻게 성장해 왔으며, 성격은 어떤지 전혀 몰랐다. 생면부지인데도, 어떻든 살아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남남이던 두 사람은 살면서 일생동안 지지고 볶는다. 때로는 기뻐하거나 슬퍼하기도 하고 괴로워서 울기도 많이 한다. 삶에서 다툰 횟수를 합하면 벌써 원수가 됐고 깨어진다면 100번도 더 부서질 듯이 살아 왔는데….

그런 상대의 죽음 앞에서 남은 자가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싸우면서도 헤어짐에서 울다니…. 이것이 바로 `가정의 신비`라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결혼해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몸을 던져버리는, 엄청난 투기 같은 투자를 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 사이의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아가페와 에로스가 혼융된 사랑이기 때문이다.

결혼당사자들은 대부분은 `잘 살아보려고, 행복하려고, 사랑하기에` 등 모두가 자기중심으로 결혼에 대해 이기적인 기대를 하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잘 살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하면? 사랑이 식어지면, 헤어져야 하는가? 아니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더라도 모든 일에 성찰과 사랑의 태도로 살아가야 비로소, 그 너머에 행복의 형상이 어렴풋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은 끝없이 등산을 하는 것과 같다. 좋은 경치는 잠시뿐, 오를수록 주위는 황량하고 절벽을 만난다. 때로는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씨도 수없이 겪게 된다. 어떤 때는 텐트가 날아가 버리기도 하고 도중에 상대자를 하늘로 보내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성인들은 험한 세상에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떤 환경에서든 어짐(仁)으로, 자비(慈悲)로, 사랑(愛)으로 성실히 살아갈 것을 권한다.

성경에는 “결혼 후에는 부모를 떠나 한 몸이 될지니라”고 적혀 있다. 이는 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비고비를 스스로가 이겨 내면서 살아가야 한단다. 부모는 자식을 떠나보내야 할 책임이 있단다. 의지하게 하면 안된단다.

결혼 조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주로 재산, 학벌, 직업이다. 부자일수록 화합하는 정신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직업이 좋아 보여도 모두의 미래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또 돈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 두 세대를 지탱하기가 어렵다. 어떻든 결혼을 하면, 결혼 전에 가졌던 만남의 조건을 전부 사랑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남편은 아내의 머리다. 남편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일일이 간섭하거나 자존심 등을 망가뜨리지 말라. 그리고 아내는 약한 그릇이다. 깨지기 쉬우니, 귀중한 보물 같이 상처 입을까 걱정을 해야 한다. 서로는 존중하고 아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결혼 후에 부부는 서로와 자녀에게는 무능한 존재가 돼야 한다. 사랑과 무능함 속에서 살아야 한다. 남편이 강하면 아내가 죽어나고, 아내가 강하면 남편이 죽어난다. 부모가 강하면 자식이 죽어난다. 사랑과 무능함 속에 있어야만 각자는 능력을 나타낼 수 있다.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은 `가정을 꾸미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이란 인간 무리들 속에서 제일 기초가 되는 공동체가 되었다. 삶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은 가정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가정에서 일생을 마무리하면서 인간은 죽어간다. 우리가 애써 노력하면 생애를 바친 이곳은 아름다운 가정, 곧 천당이 된다. 지상에서 천당을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