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헌<br /><br />㈜스틸&스틸 대표이사
▲ 서정헌 ㈜스틸&스틸 대표이사

우리나라 철강사 경영전략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정리하면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과거 수십년간 우리나라 철강사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요시 된 것은 시장지배력이라고 생각한다. 철강사가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대부분 투자와 규모확대를 통해서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상공정은 하공정으로, 하공정은 상공정으로, 철강사는 원료시장으로, 유통은 제조업으로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때만 해도 투자가 철강사의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만큼 철강사에서는 투자를 통한 규모의 확대와 시장지배력 강화가 중요한 전략의 흐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투자의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게 된다. 투자가 오히려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투자를 통한 양적 확대가 시장지배력 강화로 연결되기 보다는 시장적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때부터 각 철강사는 시장지배력 대신에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철강사에 있어서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철강은 거대한 장치산업으로 생산이 경직적이기 때문에 시장적응력을 높이기 어렵다. 여기에 오랜 세월 한국 철강시장을 지배해온 공급자 중심의 시장구조가 시장적응력을 높이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러기 때문에 한국 철강사에게는 시장지배력의 힘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한국 철강사 경영전략은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으로 바뀌고 있으며 대부분의 철강사가 시장지배력과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을 적당히 혼합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철강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철강시장 지배는 포스코와는 또 다른 성격이다. 현대차의 철강산업 지배는 철강수요산업이 철강을 지배하는 것이고, 한국경제의 큰 특징인 재벌기업의 철강산업 지배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철강시장 지배력은 시장적응력 중심으로 가고 있는 철강사 경영전략의 흐름을 엄청난 힘으로 시장지배력 중심으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현대차의 철강시장 지배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이 과거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양적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배력이 강한 철강사가 한국 철강시장을 주도하면 철강산업의 양적성장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철강의 산업경쟁력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이 개별 철강사의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가면 시장지배력이 산업경쟁력 강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나라도 철강재가 자급자족되고 수출입이 시작되면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더 중요시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철강사 경영전략도 시장지배력 중심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한국 철강사 경영전략은 시장지배력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이 시장지배력으로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중심의 새로운 철강시장 지배력은 성격상 포스코 시장지배력보다 철강산업 발전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산업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철강시장 지배력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