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귀나무는 콩과 갈잎큰키나무로 꽃말은 `환희`다.
합환목(合歡木),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합혼수(合婚樹)라 부르며, 소가 잘 먹는다고 소쌀나무라고 한다. 자귀나무는 신혼부부 방 창가에 심어 부부 금실이 좋아지기를 바랐다. 그 이유는 밤이 되면 펼쳐져 있던 작은 잎들이 서로 합해져 붙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식물에는 미모사, 자귀풀, 괭이밥이 있다. 낮에는 광합성을 해야 하니까 최대한 잎 면적을 넓혔다가 밤이 되면 에너지나 수분 증발을 방지하고, 초식 동물에게 뜯어 먹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잎을 닫는다. 꽃을 따서 말려 베개 속에 넣어두면 향긋한 꽃향기가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고 한다. 잎은 말렸다가 차로 달여 먹기도 하고, 사찰에서는 향 대신 피우기도 했다. 꽃 핀 모습이 분홍색 우산을 펼친 것처럼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면서 무려 백여 일 동안 화려하게 핀다.

옛날`장고`라는 청년이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집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 집에 들어가고 말았다. 꽃구경에 정신이 팔렸는데 부엌문이 살며시 열리며 예쁜 처녀가 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 첫눈에 반했고, 장고는 꽃 한 송이를 꺾어서 처녀에게 주며 청혼을 했다. 신혼 생활 몇 년간은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읍내로 장을 보러 갔던 장고가 그만 술집 여인에게 빠졌다. 장고의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 백일기도를 시작했다. 백 일째 되던 날 밤 꿈에 노인이 나타나서`언덕 위에 피어있는 꽃을 꺾어다가 방안에 꽂아 두어라.`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언덕에 올라가 꽃을 꺾어다 방안에 꽂아 두었다. 남편은 그 꽃을 보고 옛 추억에 사로 잡혔으며, 잘못을 깨닫고 아내에게 돌아왔다. 그 꽃은 아내를 얻기 위해 꺾어 바쳤던 자귀나무 꽃이었기 때문이다.

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