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br /><br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은퇴한 선배교수가 사진 두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흥해읍 칠포1리 언덕에서 찍은 이른 아침의 바다풍경이다. 하나는 일출이 구름 사이로 가렸지만 햇빛이 하늘로 치솟는 광경이고, 또 하나는 해 뜬 후의 백사장과 바다풍경이다.

필자도 이러한 풍경을 본적이 있다. 몇 년에 한번 꼴로 바닷가에서 아침을 맞게 될 때 보던 풍경들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더구나 여행 중에는 잠이 없는 편이라서 2~3층 건물 창가에서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며 어둠에서 차차 푸르게 물들며 밝아지는 바다풍경을 몇 시간씩 바라보곤 한다. 새벽 4시의 깜깜한 바다 멀리서 한점 밝은 빛을 내는 것은 오징어잡이 배이다. 좀 작게 붉은 빛을 내는 것은 화물선이다. 주변이 어두운 짙푸름에서 문득 밝음으로 바뀌며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이다. 때로는 구름이나 안개 탓인지 붉은 해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예 빛줄기만 구름사이로 나타날 때도 있다. 이 선배분도 필자처럼 새벽부터 일출을 지켜보던 모양이다. 이 분은 미국에서 건축가로 오래 활동하다가 필자가 몸담은 신생 대학교에 교수로 왔었는데 몇 년전 은퇴하고 지금은 강의 몇 시간 맡고 있으며 일주일의 절반은 서울에서, 절반은 칠포1리에 위치한 친구의 별장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 칠포는 필자도 자주 가보고 지나는 곳이다. 20년전 포항에 이사 와서 가장 많이 갔던 곳이 칠포해수욕장이다. 그곳에서 바다도 보고 비치호텔 경양식집에서 점심도 먹었다. 필자는 환여동, 죽천, 우목리를 거쳐 칠포에 닿는데 그곳은 삼거리로 되어있고 오른쪽은 칠포해수욕장, 왼쪽도로는 내륙의 7번국도와 연결되고, 전방으로 계속 드라이브하면 높고 낮은 구릉을 타고 연결되는 해변도로이다.

때로는 차를 좀더 몰아 오도리나 월포까지 갔었다. 칠포해수욕장 뒤편 길을 드라이브하여 고갯길을 내려가면 조그만 개천이 있고 어촌이 있다. 보통은 이 마을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었는데 언젠가 폭풍이 심하던 다음날 다리 좌우 마을을 돌아 봤었다. 의외로 많은 집들이 모여 있고 바닷가에는 양식용 우렁쉥이들이 해변 가득 밀려와 있었다. 다리 건너편은 어선선착장이 있고 횟집도 여럿 있어 좀더 큰 동네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필자가 해변 따라 운전해가던 다리 건너 좁은 언덕길은 칠포1리 해변동네 관통도로라고 보면 된다. 그 길 위쪽으로 30~40년 전에 대구 사람들이 단체로 지었다는 지금은 구식이 되어버린 별장들이 있다.

며칠 전 동네 커피숍에서 한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공식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선배가 보내준 사진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곳이 자기 고향이란다. 조그만 다리 이전 마을이 칠포2리이고 건너 마을이 칠포1리임을 그때서야 알았다. 자기네 집은 칠포1리에 있었는데, 그 사진의 바닷가 풍경은 자기도 아주 익숙하다고 했다. 그 작은 개천은 자기 자랄 때만 해도 멱 감고, 빨래하고, 때로는 식수로 쓰기도 했다고 했다. 대구 의사 분들이 단체로 그곳에 별장을 지을 때 초등생이던 자기는`왜 이런 곳에 이러한 집들을 지을까 생소 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당시 마을을 이루던 전통가옥들은 대개 다 허물어지고 양옥집 내지 조립식 집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크고 작은 바닷가마을들이 우목리로 월포로 가는 길에 여럿 있다.

언젠가 꽤 오래전 영덕을 거쳐 동해시까지 가본 적이 있는데, 해변을 따라 수 없이 크고 작은 마을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붕 낮고, 돌담 많고, 크고 작은 방파제와 어선계류장이 있다. 또한 이 마을들은 내륙과는 다른, 특색 있는 전통문화를 지닌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어촌의 풍경이며 문화가 사라짐이 아쉽다. 인프라나 주거지 향상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환경보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겠지만 담겨진 역사와 문화들이 조금이나마 보전 된 마을이 형성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