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경주 황남동 `원조콩국`

▲ 경주 황남동의 원조콩국집.

너도나도 원조를 외치는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 없인 아류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특히 요식업계에서는 수십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그들의 첫 시작을 내세우는 등 원조경쟁이 더욱 뜨겁다.

관광도시인 경주시 내에는 유난히 `원조`를 내건 식당간판이 눈에 띈다. 경주빵부터 시작해 찰보리빵, 한정식, 떡갈비 등 메뉴에서부터 차림방식까지 비슷한 식당들이 유명세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면서 서로 자신들이 원조라고 외치고 있다. `진짜`원조 맛을 보기 위한 식도락들의 갈망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가운데 콩국만큼은 단연 `경주원조콩국`집이 제 이름값을 인정받고 있다. 60여년의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알려진 가운데 원조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곳만의 특별한 맛, 즉 별미(別味) 콩국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오전 6시에 문을 여는 이곳은 `따뜻한 콩국`으로 비교적 이른 시간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손님들의 허기진 배를 채운다. 일찍 일어난 새가 모이를 빨리 챙기는 법이니, 다른 식당들에 비해 일찍이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다.

대표메뉴인 따뜻한 콩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먼저 콩 국물에 들어갈 토핑을 A, B, C 세 가지 중에서 골라 선택해야 한다. A는 검은깨와 검은콩, 꿀, 찹쌀도너츠이며 B는 참기름, 들깨, 계란노른자, 흑설탕, C는 찹쌀도너츠, 들깨, 계란노른자, 흑설탕이다. 재료 이름만 봐서는 도저히 그 맛이 가늠되지 않는다.

 

▲ 검은깨와 검은콩, 꿀, 찹쌀도너츠를 넣고 콩물을 부어 섞어 먹는 따뜻한 콩국.
▲ 검은깨와 검은콩, 꿀, 찹쌀도너츠를 넣고 콩물을 부어 섞어 먹는 따뜻한 콩국.

주문과 동시에 해당 토핑을 넣은 국그릇에 따뜻한 콩 국물을 부어주는데 숟가락으로 정성스레 재료들을 섞어 떠먹거나 마시면 된다. 이색적인 콩국 한 그릇을 받으면 낯선 첫 경험에 어리둥절하다가도 국사발 끝자락이 보일 때쯤이면 그 묘한 매력을 넌지시 알게 된다.

특히 토핑 A는 꿀의 달콤함이 검은깨와 검은콩, 콩국의 담백함과 조화를 이뤄 풍미를 더한다. 여기에 찹쌀도너츠의 쫀득한 식감까지 맛의 재미를 더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계란노른자를 넣어 풀어먹는 콩국은 위장에 가득 배인 전날의 술기운을 푸는데 제격이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용보다는 간편한 아침식사 혹은 오후 간식쯤으로 양이 적당하다. 겉보기엔 간편해보이지만 묵직하게 배를 채우는 것이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아 전통을 이어온 비결이라 짐작하게 된다.

콩국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이드메뉴로 해물파전이 빠질 수 없다. 파와 오징어, 달걀옷이 전부인데 반죽이 아닌 재료들로 두께를 만들어 콩국만큼이나 정성이 돋보인다.

시민 강동준(38·남구 효자동)씨는 “콩국 한 그릇이 전하는 든든함 덕분에 별미건강식으로도 추천한다”며 “찬 바람 불 때쯤 개시하는 이 집 생콩우거지탕은 생콩을 갈아 넣고 시래기와 돼지등뼈를 한데 담아 푹 고아내 국물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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