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스탈린`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시공사 펴냄, 712쪽

옛 소련의 철권통치자 스탈린 연구에 매달려온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젊은 스탈린`(시공사)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스탈린이 태어나서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부에 입성하기까지 39년 동안의 삶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상세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부터 1953년 사망 때까지의 기록을 담은 저서 `스탈린:붉은 차르의 궁정`을 이미 펴낸 바 있다.

국내외 주요 언론사와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예루살렘 전기`를 쓴 저자는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와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대작을 만들어온 그답게 이번에도 스탈린의 젊은 날에 대한 기념비적인 작품을 써냈다. 모스크바, 트빌리시, 바투미의 새로 공개된 기록보관소를 비롯해 23개 도시 9개국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엄청난 자료와 세밀한 인터뷰를 통해 스탈린의 젊은 생애를 생생하게 되살렸다. 특히 이 책에는 스탈린 어머니의 회고록 일부 등 처음 공개되는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 아주 사소한 일화부터 오랫동안 잘못 알려졌던 사실까지 스탈린에 관한 가장 정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분량이 무려 700쪽에 이를 만큼 방대한`젊은 스탈린`은 가난한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나 이상주의 신학생이었던 스탈린이 어떤 연유로 무자비한 음모가이자 간혹한 억압자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물론 그중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새롭게 규명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책에는 볼셰비키당의 주요 인물들인 레닌, 트로츠키, 카메네프 등과 관련된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도 소개된다. 특히 처음에는 스탈린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레닌이 그가 `더러운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두각을 내보이자 점차 그를 인정하고 또 그에게 도움을 받았으며, 마침내 1917년 난관에 부딪친 10월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여기게 됐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트로츠키의 경우에도, 스탈린과 처음 만남부터 일생의 라이벌이었던 관계가 거침없이 묘사돼 있다.

1917년 이전의 스탈린과 그 이후의 스탈린은 얼른 봐서 도저히 동일인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달랐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인으로 변신해버린 것. 하지만 혁명 이전에도 그의 일탈적 행동과 범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았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은행강도, 폭력적 갈취, 방화, 약탈, 해적질, 살인 등 웬만한 강도단 두목을 훨씬 능가하는 폭력성을 보였다는 것. 다시 말해 그의 일생은 명암이 극명히 교차하는 모순적 행로였던 셈이다. 수십 개의 이름을 쓰던 그가 스탈린이라는 성을 공식으로 처음 사용한 때는 1917년이었다.

 

▲ 스탈린
▲ 스탈린

저자에 따르면 스탈린은 젊은 날부터 정치 조직가이자 폭력 단원이었으며 차르 체제의 보안 시스템을 뚫는 달인이었다. 자신이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대장인 레닌과 맞서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인간이었다. 지식인의 재능과 살인자의 재능을 겸비한 희귀 인물이었던 것. 이를 알아본 레닌은 1917년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스탈린을 일찌감치 평가해 등용한다. 1917년은 이들이 서로 알고 지낸 지 12년째가 되는 해였다.

저자는 “레닌과 스탈린은 혁명 이전에 각자가 거느리던 무자비한 음모가들의 작은 그룹을 모방해 기묘한 소비에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들려준다. 이어 “이 책은 그저 한 사람의 전기만이 아니라 그들 집단의 연대기이며, 소련의 전사이자 강철 날개를 가진 나비로 탈피하기 전 땅속에 있는 벌레, 침묵 속의 유충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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