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br /><br />포항대학교·관광호텔항공과 교수
▲ 강명수 포항대학교·관광호텔항공과 교수

요즘 `전승기념일 외교`, `전승절 국제정치`가 세간(世間)의 이야깃거리다. 오는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릴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행사(전승절)`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주도적 균형외교로 입지를 구축해 나가려는 대한민국호의 입장에서는 박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과 한중 정상회담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가 무척 중요하다. 필자는 러시아에서 개최될 `제1회 동방경제포럼`도 균형외교라는 맥락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러 밀월이 더욱더 가시화되고, 러·중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극동에서 구체화되는 게 작금의 동북아 현실이다. 대한민국호는 오는 9월 3~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제1회 동방경제포럼`이라는 장(場)을 `주도적 균형외교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외교·경제적 차원에서 러시아를 `또 하나의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러시아는 이 포럼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같은 남·북·러 3각 협력을 논의하는 섹션을 별도로 마련해 남북한 당국자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역시 남북한을 활용해 극동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제1회 동방경제포럼`을 통해 러시아는 극동의 투자 잠재력과 향후 역할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게 인식시킬 것이다. 그 일환으로 에너지, 농업, 물류, 관광, 인프라 건설 별로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또 투자유치와 무역확대로 극동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널리 알릴 것이다. 무엇보다 선도개발구역구상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구상을 강조할 것이다. 자유항이라는 지위가 주어지면 관세혜택뿐만 아니라 항만 운영업체를 위한 세제혜택도 보장된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혜택이 블라디보스토크항뿐만 아니라 자루비노항, 포시예트항, 나홋카항 등에도 적용되고, 연해 변강주 15개 지방자치단체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유항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게 될 항만은 하산 자치군 포시예트만에 위치한 자루비노항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근거는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중심으로 에너지와 물류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유럽과 아시아 경제를 통합하는 거점을 육성한다고는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항)에는 해군기지가 있는 데다 산업단지를 조성할 큰 부지도 없고, 결정적으로 중국 국경지대와도 100km 넘게 떨어져 있다. 그 반면에 자루비노항은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부상한 훈춘과 63km 거리에 위치해서 환동해 물류 허브로서 적합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포항시대표단 러·중 방문의 총결산-한·중·러 CEO 국제물류 포럼`에서 자루비노항 대표 뱌체슬라프 부린이 한 말이 참 인상적이다. “자루비노항은 훈춘시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 훈춘, 포항 등과 최단 항로를 개설할 수 있다. 자루비노항에 콜드체인망을 구축하고 전용 컨테이너 시설도 보강해 훈춘·자루비노·포항의 환적 화물 취급도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포항영일만항은 러시아 경기 침체로 인한 쌍용차 수출 중단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7일 화력발전소용 우드펠릿 물동량을 유치하면서 그나마 한숨을 돌린 형국이다. 내년 상반기 무렵 냉동·냉장창고를 건립해 수출입 품목을 늘려나가면서, 다양한 화물을 확보·처리해서 환동해 물류허브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해야만 한다. 또한 훈춘~자루비노항~포항영일만항 항로 개설로 동북3성과 극동의 물동량을 적극 유치해서 활로를 찾아나가야만 한다.

`제1회 동방경제포럼` 개최로 극동 개발 추진이 탄력을 받고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같은 남·북·러 3각 협력사업도 적극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그와 같은 조짐(兆朕)이 보인다면 `균형외교를 통한 한반도 안정화`뿐만 아니라 `포항영일만항 활성화`도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