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13) 해외 수변공간 개발 사례

▲ 독일 엠셔강 유역 17개 도시 중 뒤스부르크에 200여ha의 옛 제철소를 개조해 조성한 `뒤스부르크 환경공원`(Duisburg landschaftspark)`의 연간 관광객은 70여만명에 이른다. 이 곳은 각종 음악회와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 과거 70~80년대에 집중된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팽창의 후유증은 90년대 이후 학계와 정부가 나서 새로운 대안 찾기의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 양재천과 경기 안양천의 생태복원 개발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후 수많은 도심 하천 복원사업은 무분별한 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데 몰두해 과도한 관리비용이 지자체의 부담으로 되돌아와 곳곳에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경상북도와 포항·경주시가 추진 중인 형산강에코프로젝트가 시민들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반면교사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해외사례의 참조가 요구되고 있다.

낭트·생나르제 두 도시간 문화권 조성으로 성공 이끈 佛 루아르강 사업
獨 엠셔강 유역 17개도시 공업문화파크 조성,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日 시만토강은 산·학·민·관 참여로 유역 전체가 `문화적 경관` 지정


□ 핵심은 `강을 활용한 상생발전`

과거 학계와 관료들이 해외 수변공간 개발사례로 선호한 현장은 일본 도쿄 주변의 에도가와, 아라가와 등이었다. 실제로 이들 강은 호안의 생태친화적 복원을 기본으로 주민들이 중심이 돼 둔치의 시설물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여전히 벤치마킹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형산강에코프로젝트는 이러한 복원 개념의 틀에 더해 좁게는 포항과 경주, 넓게는 울산까지 포함해 강을 매개로 한 지자체 간 상생협력발전의 취지도 담보해야 한다. 요약하면 생태와 지자체 협력이 양대 기둥인 것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대략 5개 사업이 유역권 차원의 지역상생발전 사례로 검토되고 있다. `금강 EH(ECO & HISTORY)투어`는 부여, 논산, 서천, 익산 등이 연계돼 있다. `백두대간 영서 에코힐링 벨트화 사업`은 남한강 수계의 영월·단양·영주가, `중랑천 녹색문화벨트 조성사업`은 생태하천을 목표로 의정부, 노원구, 성북구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세종대왕 힐링로드 100리길 조성사업`은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청주·청원·증평이, `1400년, 백제숨결 따라 한걸음씩`사업은 공주, 부여, 청양이 연계돼 있다.

□ 유럽은 수변개발도 선진국

유럽은 밀집된 지리적 특성 아래 오랜 기간 역사문화적으로 각국이 긴밀하게 연계돼 강의 개발이 지자체를 넘어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걸린 중대 현안이 돼 왔다. 이에 더해 이미 근대에 산업혁명이 시작된 공업의 후유증이 현대의 80년대까지 이어져 오염물질의 강 유입으로 인해 생태적 복원도 주요 과제가 돼 왔다. 이로 인해 유럽 각국의 수변개발사업은 다양하게 축적된 성과들로 인해 형산강 사업에 좋은 본보기의 가치가 충분하다.

프랑스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세느강(Seine River) 개발사업은 파리대도시권미래전략을 주요 내용으로 파리와 르아브르가 연계돼 있다. 루아르강(La Loire River)사업은 지역통합프로젝트를 구축해 낭뜨와 생나르제시를 연결시켰다. 독일의 엠셔강(Emscher River)사업은 엠셔그린회랑(green corridor) 창출과 수질복원에 초점을 맞춰 엠셔강 유역 17개 도시가 참여했다. 미국 웰라멧강(Willamette River)사업은 주민참여형 워터프런트 조성을 포틀랜드가 주도했다. 일본의 치쿠고강 사업은 후쿠오카 일대 상하류 교류가, 시만토강 사업은 8개 시와 정(쵸)의 유역문화 경관관리가 주요 목적이다.

 

□ 프랑스 루아르강 사업

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강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나 정유소와 제철공장 등의 공업시설로 인한 환경오염과 경관으로 지역에서는 외면당했던 과거가 있다.

이에 수계에 위치한 낭트와 생나르제 시장이 공동으로 지역 내 통합을 모색하고 문화적 메트로권을 만들자는 취지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문화를 연계시킨 지역통합 프로젝트로서 `에스튜에르 비엔날레` 추진을 제안해 두 도시를 잇는 루아르강 어귀 60km에 30여개의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 2007년, 2009년 2011년 등 3회에 걸쳐 비엔날레를 개최했고, 유람선과 자동차, 자전거 등을 이용해 작품을 관람하는 문화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변화하고 생성하는 문화경관`을 슬로건으로 삼는 이 행사는 두 지역의 우호와 교류는 물론 72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82억원의 직간접 효과를 낳은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엠셔강 유역 사업

이 사업은 1899년 엠셔조합(Emscher Genossenschaft)이 설립된 이후 100여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유역의 도시들이 연합해 협력하고 있는 드문 사례이다.

이 일대는 산업혁명의 역사와 함께 광산과 중공업의 발달로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홍수 범람과 하수 방류 등으로 전염병 발생 빈도가 높아져 하천복원사업이 추진됐다. 또 철강과 석탄산업의 몰락 이후 쇠퇴하는 엠셔강 유역 17개 도시를 강 축을 중심으로 연계해 도시재생효과를 높이는 목표도 더해졌다.

구체적으로 도시들이 연합해 도시재생계획인 IBA Emscher Park Project가 수립됐다. 주요 사업은 수질생태복원을 기본으로 노후 공업용지에 과학 및 기술센터를 건립하고 거대한 탄광과 제철소를 미술관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같은 세계 최대 공업문화파크 조성를 조성함으로써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될 수 있었다. 또 강 중심의 광역도시계획 추진과 생태디자인, 공원녹지 네트워크 구축 및 정비를 위해 공원 및 주요 도심지를 분리하기 위한 7개의 그린회랑지대를 조성했다. 이후 강변에는 고도의 생태적·미적 안목과 기준으로 건축물 6천개가 개축되거나 신축됐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촐퍼라인 탄광재생사업과 1989년 엠셔파크 건축박람회 공동개최는 이 같은 노력의 성과로 꼽힌다.

 

□ 일본 시만토강 유역 사업

시만토강(四万十川)은 유로 연장 196km로 일본 시코쿠 지방에서 가장 긴 하천으로 `일본 최후의 강 다운 강`으로 평가되면서 2010년 유역 전체가 `문화적 경관`으로 지정됐다.

사업 추진을 위해 국토성과 고치현, 사국삼림관리국, 시만토강유역 5개 지자체, 유역주민, 고치대학 등 여러 주체가 산·학·민·관 합동으로 연계했다. 이를 통해 시만토의 날(4월10일) 실행위원회, 시만토 시민헌장추진협의회 등을 구성했다. 그 결과 `세피아빛 강의 원풍경`을 목표로 하는 시만토강 환경디자인(경관계획)을 수립했다. 또 `고치현 시만토강의 보전과 유역 진흥에 관한 기본조례`에 의거한 경관 형성 기준에 따라 환경디자인도 수립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역사적으로 강을 활용한 농업과 목재 수송 등 생업, 도로와 교각(침하교 등), 주변 취락지역 및 농경지, 불로 물고기를 모아 잡는 화진어 전통 담수어법 등 어업양식, 자연 삼림자원 등이 보전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내수면 어업의 진흥과 전통어법의 승계,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경관 보호 등 다양한 사업 목적이 충족되는 효과를 낳았다.

□ 해외 수변사업의 교훈

유럽과 일본 등 수변개발 선진국들의 한결 같은 공통점은 모두 주민들의 참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도쿄 주변의 에도가와, 아라가와 등 여러 개발사업도 호안의 생태환경적 복원과 조성을 기본으로 유역 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체육 등 편의시설도 관이 조성하고 난 뒤에는 주변 주민들이 자치조직을 만들어 유지, 관리, 운영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환경오염 감시 등이 자연적으로 이뤄져 우리나라처럼 관에 모든 기능이 집중돼 오염사고 발생 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책임 공방도 예방되고 있다.

최석규 동국대(생태교육원)교수는 “일본에는 `에도가와 강둑의 개나리꽃을 사랑하는 모임`처럼 강 주변 주민들이 여러 모임을 통해 강 관리를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민간의 실질적 조직화가 뒤처진 한계가 있지만 김관용 도지사와 이강덕·최양식 시장이 형산강에코프로젝트를 입안하고 있는 지금, 이 같은 선진사례를 철저히 연구해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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