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대학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대학

지난 22일은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50주년 되는 날이었다.

한국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양국 대사관을 방문(訪問)하여 그 의미를 되새겼다는 기사가 한일 양국에서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도통 어안이 벙벙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내걸고 최소한의 대화조차 거부해왔던 현 정부 아닌가?! 그런데 뜬금없이 화해와 경축 분위기로 밀월관계(蜜月關係)를 연출하다니!

지난주에 3박4일 일정(日程)으로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 낯섦의 흥취(興趣)는 어릴 적 추억이니 생략(省略)하자.

반면에 일본 국영방송 NHK 텔레비전 방송이 나의 시선(視線)을 붙들었다. 한낮임에도 일본 국영방송은 중의원(衆議院)의 예산안 처리과정, 집단적 자위권(自衛權)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와 총리 사과(謝過)까지 낱낱이 생중계하고 있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NHK는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과 관련한 유럽 재정장관회의 개최를 둘러싼 논점(點)을 보도했다. 그리스 사태가 몰고 올 세계경제와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특파원 보고 형식으로 집중 조명하는 것이다.

그리스 집권당 `시리자`와 치프라스 총리의 입장과 유럽연합 지도국가인 도이칠란트의 메르켈 총리가 가지고 있는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장면은 인상적(印象的)이었다.

국영방송이 투명(透明)한 정보공개에 앞장서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정치현안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젊은 날 도이칠란트 유학시절에 받은 인상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일본의 풍경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다만, 1945년 8월 15일을`종전(終戰)`이 아닌,`패전(敗戰)`으로 규정하는 대목은 찜찜했다. 그들에게는 한일 국교정상화라는 표현보다`일한기본조약`이란 표현이 익숙한 듯했다.

한국 국영방송 KBS는 그 시각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여러분이 판단하시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반추하고 현재를 분석하면서 미래를 사유하는 기획이라도 있었던가?!

지난 2년 반 가까운 세월 동안 한국정부는 어째서 대일관계를 냉각 일변도로 몰고 갔는지, 아시는가?! 느닷없는 친밀감 표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본 언론에서 제기하는 미국 눈치 보기, 아시아 외교무대에서 자초한 고립탈피, `메르스`같은 국내문제 탈피와 경제난국 때문이 아니기 바란다.

국교정상화 50년에 돌아볼 것은 해양과 대륙 사이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다.

백제 패망이후 663년 8월 금강 부근에서 있었던 백제-왜 연합군과 신라-당나라 연합군의 백강전투, 1592년부터 1598년의 임진왜란 (壬辰倭亂), 1894년 동학농민전쟁과 민비의 일본군 파병요청,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1945년 일제의 패망과 식민지 조선해방,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등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모든 역사에는 온갖 굴곡(屈曲)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개인이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날을 어떻게 성찰(省察)하고 반추(反芻)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일갈(一喝)했다.

우리는 고대와 중세, 근대를 관통(貫通)하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장구한 역사에서 어느 정권이나 정파 혹은 개인과 문벌의 욕망은 민족과 국가의 명운에 비하면 참으로 하잘것없다.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흐른다 해도 민족과 역사는 영원하며, 개인과 정파의 영광과 오욕(汚辱)은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 때문에 훨씬 크고 무겁고 소중한 것들을 도외시(度外視)하는 어리석음이 반복되면 안될 일이다. 한일관계의 복원(元)은 반가운 일이되, 그것에 내재한 역사적 함의(含意)를 망각(忘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