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9) 전문가 정책토론회 지상중계

▲ 지난 5월11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북도·포항·경주 공동협력 미래전략과제-형산강 프로젝트 정책토론회`의 모습.
▲ 지난 5월11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북도·포항·경주 공동협력 미래전략과제-형산강 프로젝트 정책토론회`의 모습.
지난 5월11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북도·포항·경주 공동협력 미래전략과제-형산강 프로젝트 정책토론회`는 장소가 세미나실인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규모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두 지역 전문가들의 풍성한 의견과 대안은 `일대 사건`으로 불러도 될만큼 그 열의와 깊이는 물론 의미 또한 남달랐다.

특히 `형산강 프로젝트`의 주무부서, 경상북도 미래전략기획단의 전향적 정책 추진 의지는 참석자들에게 무척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사업이 `시설 조성 위주`라는 우려와 비판에 대해 과감히 별도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프로젝트로 내화(內化)하려는 적극성을 보인 것이다.

이는 김관용 경북지사가 인접 지자체 간 공동사업에 도정의 한 축을 배치할 만큼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실무진에 의해 적절히 이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이강덕 포항시장과 최양식 경주시장의 협력 리더십을 보여주듯 포항에서 4명, 경주에서 3명 등 형산강과 관련된 지자체 프로젝트팀, 환경, 하천, 문화 등 관계 부서의 공무원 11명이 민간의 의견을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참석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 목소리로 형산강 관련 관 주도 사업의 핵심은 강의 면모를 복원할 수 있는 `생태`에 그 시작과 끝이 귀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강의 수계를 공유하고 있는 포항과 경주는 물론 울산까지 포함하는 생태 복원 사업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실질적 공론의 장이 됐음을 보여줬다.

`형산강 프로젝트 지역상생발전 기본계획용역`의 수행기관으로서 개별사업용역 5건의 뼈대를 입안할 국토연구원 측의 열린 자세도 눈길을 끌었다. 김선희 선임연구원은 김호진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의 사업 추진 방향 설명에 이어 전문가들의 토론이 끝난 뒤 공감을 표하며 용역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라고 답변해 호응을 얻었다. 구체적으로 `형산강지역상생발전구상`으로 명칭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두 지역을 대표한 토론자 6명의 의견과 주장은 다음과 같다.

(경주시)
△ 최석규 동국대 생태교육원 초빙교수

함양림 조성·저수지 준설 등
유지수 확보가 최우선 과제


하천 관련 사업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유지수`이다. 하지만 형산강은 현재 `용수`공급은 커녕 유지수 확보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인내산과 백운산의 발원지 주변에 강우를 머금을 수 있는 `함양림`을 조성하고 농업용 저수지도 준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에 포함된 경주 금장대 수상테마공원은 강의 면모를 유지할 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성사에 의문이 간다.

유지수가 있더라도 수질도 문제이다. 경주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를 거친 배출수는 화학적으로만 정상일뿐 살아 있는 강물이라고 할 수 없다. 그 결과는 배출수의 색깔과 냄새에서 드러난다. 이러니 하류에서 포항시민의 식수로 활용되는 형산강 물이 유입되는 취수탑 부근의 강 바닥은 도저히 그냥 걸어갈 수 없을 만큼 미끄럽다. 이는 오염물질 때문이다. 생태를 제외하고 강을 위한 사업은 있을 수 없다.

강 주변 체육시설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에 의한 `고향의 강 사업`은 이미 일본에서 1990년대에 유행했지만 막대한 유지보수관리비로 인해 결국 다시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됐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무심천 등의 시설도 막대한 유지 비용으로 인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지경에 왔다.

따라서 형산강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연과 주민`이 돼야 한다. 일본은 주민 참여, 주민 주도 원칙이 정착됐다. 이번 사업의 명칭도 형산강 역사문화사업 중 하천 부문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포항시)
△ 이준택 도시전략연구소장

효자·중명 대규모공원 조성
취수보 이전 재검토 대상 


포항시민으로서 형산강 상수원보호구역을 중심으로 두 도시 시민 간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프로젝트에 포함된 형산 보부상 장터민속촌과 역사나루터 등은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으므로 포항 취수보 이전 등도 재검토할 만하다. 또 상수원과 무관하다면 포항 효자와 중명 일대를 포함하는 대규모 공원을 집중 조성하면 강 양안을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과 경주의 지자체가 협력한다면 형산강을 끼고 있는 포항-천북-경주보문단지 간 좁은 2차선 도로를 확포장해 주민의 이동 편의와 물류 수송을 확대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프로젝트 중 형산 사이언스밸리 사업은 포항시가 추진 중인 강소기업 생태계 조성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검토할 필요도 있다.

(경주시)
△ 변정용 경주지역발전협의회장

천편일률 체육시설은 그만
강 수변 승마장, 대안으로


이제 전 지구적으로 산업과 문명의 변화는 대량생산과 소비에서 탈바꿈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소비와 시설 조성 위주의 사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경상북도의 형산강 프로젝트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

형산강의 수변을 천편일률적으로 체육시설 위주로 조성하는 것보다는 변화된 레저문화 시대에 맞춰 승마장이나 승마 트레일로 생태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참여가 강의 복원을 위해 중요한 만큼 필요하다면 경주발전협 등 시민사회단체도 협조하겠다.

(포항시)
△ 임재현 경북매일신문 부국장

사업비 조달 난관 불보듯
물량위주 사업 지양해야

 

우리는 성장의 과정에서 많은 토목사업을 경험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성과는 오랜 기간 동안 확인되겠지만 재난 방재의 기본적인 사업 목적을 넘어 과연 우리가 이런 물량 위주의 사업들로 인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형산강 프로젝트도 시설 위주에 머문다면 두 도시가 서로 협력하고 행복을 도모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열악한 재정 상 내년부터 당장 사업비 조달도 쉽지 않을 것이다. 김관용 지사의 사업의지는 높이 사지만 형산강의 핵심은 강의 면모에 있으며 그 중심에는 생태가 있다.

(경주시)
△ 김헌규 환경운동실천협의회 총재

울산쪽상류 상징적사업 필요
포항 환경단체와 공동협력을

 

개인적으로 그동안 이번 사업에 생태 부문이 다소 약하다는 의견을 가졌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미 참석자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자체 간 효율적인 수계 관리를 위해 경주와 포항도 중요하지만 울산 쪽 상류 인근에 상징적인 사업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포항의 환경 관련 시민단체와 공동 협력사업을 할 수도 있다.

(포항시)
△ 김상춘 형산강 환경지킴이 회장

경주희망농원 축산폐수 해결
더 이상 늦출 문제 아냐

그동안 오랫동안 강조해 왔지만 형산강 사업과 동시에 경주시의 더 철저한 환경오염 감시 및 단속 활동을 부탁하고 싶다. 특히 경주시는 각종 쓰레기 투기와 소각, 일부 몰지각한 농가에 의한 폐작물 투기 등 상습 오염행위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및 유관 기관과 공조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또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경주 희망농원의 축산 폐수는 더 이상 해결을 늦출 문제가 아니다. 이를 간과한다면 어떤 사업도 형산강에는 무의미하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