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8) 경주·포항 진정성의 시험대, 하구 확장

▲ 옛 7번 국도와 나란히 형산과 제산을 관통하는 형산강 협착부의 강폭은 120여m로 국책사업을 통해 확장이 성사되면 경주시 안강평야 일대의 오랜 홍수피해가 해결될 전망이다.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 옛 7번 국도와 나란히 형산과 제산을 관통하는 형산강 협착부의 강폭은 120여m로 국책사업을 통해 확장이 성사되면 경주시 안강평야 일대의 오랜 홍수피해가 해결될 전망이다.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형산강에 돛배를 띄운 듯 지난해 후반기부터 한창 순풍을 타고 온 포항시와 경주시의 협력에 최근 미묘한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형산강 중하류 경주 안강읍 일대의 오랜 숙원인 강 범람 및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한 하구의 강폭 확장 사업이 그것이다. 환경오염 등 강의 이용을 놓고 늘 수세의 입장이던 강 아래 포항이 정부의 국책사업이 급부상하면서 열쇠를 쥐게 된 상황에 놓인 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형산강의 생태적 면모 만큼이나 지금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도 요약될 정도이다. 이번 일은 오랜 교류의 역사에 새 장을 열고 있는 두 지자체가 서로 진심을 확인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류지역 “침수우려, 반대”… 국토부선 “아무 문제 없어”
포항시, 주민설득 과제… 경주시도 적극적 해결의지 보여야


△곡창(穀倉)과 범람의 두 얼굴

경주시 안강읍 일대 주민들의 역사적 과제는 형산강 치수사업이었다. 중하구에 위치한 유역 평야 일대의 혜택은 이들에게 비옥한 곡창지대를 선사했으나 재앙의 양면도 지녀왔다. 최근만 해도 1987년 셀마, 1991년 글래디스, 1998년 예니 등 주요 태풍 내습 때마다 번번이 피해를 입혔다. 이는 형산강의 특성이 하상 구배가 매우 급해 강수 시 단시간에 우수가 급격하게 유출되는 문제에 따른 결과이다(동국대 최석규 교수). 경북대 황상일 교수(지리학)에 따르면 경주시 부근에서 지류들 중 유역분지가 큰 대천과 남천, 북천이 만나고 안강 부근에서는 칠평천과 기계천이 합류한다. 따라서 이 두 지점은 여러 개의 지류가 만나므로 집중호우가 내리면 범람의 위험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1974년 협착부 확장 첫 입안

학계는 이미 강폭 확장을 통한 홍수 개선 사업의 학술적 근거를 제시해왔다. 황교수에 따르면 형산강은 비교적 큰 지류들이 합류하는 경주 부근에서 범람 위험이 있으나 안강까지는 비교적 넓게 형성된 하곡을 따라 완화된다. 그러나 안강에서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 영일만으로 유입될 때까지 두 개의 협착부를 지난다. 즉 경주시 하류지역은 범람원의 폭이 평균 1.5~2km인데 비해 안강에서 포항으로 향한 5km 지점인 낙산과 송고개 사이에는 남북 양측의 하폭도 불과 200여m이다. 특히 낙산 동쪽 5km 지점인 형산과 제산 사이 동방 부근의 협착부는 120여m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홍수 시 이들로 인해 형산강 유역 거의 전체 유역분지에서 집적된 하천수가 하류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한다. 안강읍과 안강평야의 큰 피해는 이 때문인데 불과 25cm정도에 불과한 영일만의 만조 시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옛 건설부는 거듭된 피해와 민원이 이어지자 지난 1974년 `형산강 중하류부 홍수대책 기본계획 조사보고서`를 수립해 협착부 확장안을 최초 제시했다. 이후 이 계획은 1991년 글래디스 피해 이듬해인 12월 다시 제기됐지만 사업비 부담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 상반기 착공 방침

하지만 옛 건설교통부는 2001년 5월 `형산강수계 치수기본계획`을 보완, 2005년에는 `하천기본계획`용역에 착수해 2008년 12월에는 협착부 120m의 200m 확장을 포함하는 기본계획을 준공했다. 쟁점 계획이 포함된 형산강 효자2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에 대한 주민 설명회가 2013년 7월에 이어 지난 2월과 연일읍에서 잇달아 개최됨으로써 40여년만에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정부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포항 남구 연일읍에서 경주시 강동면 3.583km 구간에 오는 2018년까지 총 940억원을 투입한다. 협착부 확장폭은 170m로 당초보다 다소 축소하고 하류 주민들을 위한 제방 보강, 수변 편의시설 조성 외에도 고정보인 형산강 취수보를 가동보로 개선해 홍수 시 수위를 조절하고 수질개선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3일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하천공사2과에 따르면 상반기 안에 공사를 발주, 시공사를 선정해 올해 우선 3억원의 예산으로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 본사업을 추진한다.

△포항쪽선 홍수피해 우려

부산국토청은 지난 4월17일 포항시의회 임시회에서 관련 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남구 연일읍 유강리 등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해 강폭 확장으로 인해 경주 주민들이 혜택을 입는 반면 하류에는 홍수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역대 침수 피해는 1998년 예니-송도동, 2002년 루사-유강리, 2003년 매미-상대동·효자동, 2005년 나비-죽도동, 2012년 산바-효자동 등 계속돼 왔다.

아직 이렇다할 집단화 조짐은 없지만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경주 구간인 협착부 확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형산강 상수원 취수보도 상류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치가 형산강 본류와 그 지류인 자명천이 만나는 지점 아래여서 수위를 높이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 포항시민의 상수원 가운데 일부인 하천 복류수는 형산강과 자명천 합류 지점 인근에 위치한 취수탑에서 뽑아 올려진 뒤 이곳 취수장을 거쳐 인근의 유강정수장에서 처리된다.
▲ 포항시민의 상수원 가운데 일부인 하천 복류수는 형산강과 자명천 합류 지점 인근에 위치한 취수탑에서 뽑아 올려진 뒤 이곳 취수장을 거쳐 인근의 유강정수장에서 처리된다.

△국토교통부의 입장

부산국토청은 포항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검토한 결과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협착부 확장과 관련, 홍수위 영향 시뮬레이션 결과, 사업 후 자명천 합류지점 상류부 수위는 최대 66cm 등 오히려 낮아지며 이후 7.8km의 하류 구간은 홍수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현재 하류 구간의 제방인 형산제, 연일제, 오천제, 대송제는 200년 빈도의 홍수위와 여유고를 모두 만족해 대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청에 따르면 취수보를 가동보로 대체함으로써 홍수 시 본류의 수위는 21cm, 자명천 합류보 수위는 15cm 낮출 수 있다. 또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한 오니토를 제거해 양질의 상수원 확보도 가능하다. 연일지구 침수 우려와 관련, 기존 둔치 주차장을 철저해 통수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홍수위 20cm 저감 효과가 난다. 또 중명지구는 제방을 9m 확장해 주민 통행 원활 및 홍수피해가 기대된다.

이성호 부산국토청 하천공사2과 담당은 “이번 사업은 지구 온난화로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피해 우려가 높아져가는 현실에서 국가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시행하는 국책사업이다”면서 “경주의 홍수 피해 해결 효과는 물론이지만 포항도 국비를 활용해 취수보 개량 및 수질 개선 등 혜택이 크고 하구의 홍수 피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돌발 변수 수면 아래

포항시 건설과는 이번 사업에 대해 국책사업인 만큼 특별한 (반대)의견은 없지만 대시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감대`를 언급한 대목이 시사하듯이 `반감`에 따른 `사업 반대` 등 민원은 여전히 잠재돼 있다.

특히 그동안 주민설명회의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남구 해도동과 송도동, 상대동 주민들이 실제로 침수 피해에다 대기오염 등 환경피해에 민감하게 대응해온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송도동의 형산강 하구 어민들이 모래 침식으로 인한 생업 피해 등 반감을 이번 사업에 대한 반대 민원으로 표출시킬 여지마저 크다. 이 경우 결국 주민들을 설득할 해결의 주체는 이강덕 시장을 중심으로 한 포항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사업 추진 노력과 별도로 최양식 시장 등 경주시도 적극적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대환 소장은 “이번 쟁점은 경주와 포항이 협력의 매개로 삼고 있는 형산강 관련의 문제라는 점에서 다행이며 매우 의미심장하다”면서 “강을 공유하는 지자체 간에는 궁극적으로 상류와 하류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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