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하다 장애인 자립 돕는 일 눈돌려
장애인 바리스타 `히즈빈스` 포항에 7곳 창업
몇년 만에 첫 월급 받고도 “좋아서 하는 일”

“사회에서 고립된 장애인들에게 타인의 편견이 가장 무서운 적 아닐까요?”

임정택(30·사진) 대표는 포항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커피전문점 `히즈빈스(HISBEANS)`의 창업주다.

`히즈빈스`는 장애인이 주인공인, 장애인을 위한 행복한 일자리를 만드는 커피전문점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포항에는 7개의 히즈빈스 매장에 지점마다 매니저를 제외한 37명의 장애인이 전문 바리스타로 솜씨를 뽐내는 중이다.

임 대표는 수년 전 한동대에 재학하던 시절, 진로 등 여러 고민을 하다 한 장애인 가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후 소외된 이웃의 삶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 장애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도 꿈을 이루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지만 사회의 편견 및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어려워요. 누구나 좋아하는 커피를 만드는 기술을 배워서 카페를 열면 이들이 일도 하고 사람들과 많이 만날 기회를 가질 것으로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2008년 결국 한동대 동문·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사회혁신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을 설립했고, 커피전문점 설립을 위해 전국 각지를 다니며 연구를 한 후 2009년 모교인 한동대에 첫 `히즈빈스` 매장을 열었다.

당시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우연히 히즈빈스를 방문한 후 먼저 “시에서도 장애인 고용 창출을 위해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혀와 공공기관에도 문을 여는 등 현재는 7개까지 매장이 늘었고 올해 6월에는 서울·경기지부를 만들어 부천에도 문을 연다. 그러나 사실 히즈빈스가 소속된 `㈜향기내는사람들`이 얻는 수익은 대단하지 않다는 게 임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저도 대표라 하지만 지난 2010년에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어요. 이윤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소외계층과 장애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보니 수익이 적어요. 이러다 보니 직원들 월급을 우선 주고 제 월급은 밀려 못 받은 적도 있고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니 어쩌겠어요”라며 웃었다.

㈜향기내는사람들은 히즈빈스 이외에 또 다른 소외계층인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떡` 등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설레(Seolleh)`, 북한이탈주민들의 직업훈련 등을 맡은 `향기나는자원센터`, 장애인 고용을 위한 카페를 컨설팅해주는 `히즈빈스 컨설팅`등 여러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정도 된 지금은 `히즈빈스`의 사례가 알려지며 장애인 고용 커피전문점 운영에 대한 문의가 전국 및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소외계층의 사회적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라면 도움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임 대표다.

그는 “순수하고 정직한 내면을 지닌 장애인들에게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위로받고 있어요. 제가 이분들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유죠. 이렇게 대단한 분들이 단지 사회적 한계로 빛을 못 보는 게 안타깝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더 많은 이들이 사회로 나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도울겁니다”라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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