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손학규, 후보 검증론 확산 공세 ‘맞손’
이명박, “네거티브 개의치 않고 내 갈길 가겠다”

연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50%에 가까운 지지율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당내 주자들의 집중적인 견제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견제의 선봉에 나섰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원희룡 의원 등이 여기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연초부터 핵심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검증론’을 제기하자 여기에 공감을 표하며, 검증론 확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이 전 시장 견제작전을 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다른 후보들은 두 유력주자들의 혼전속에 이쪽 저쪽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유격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당 지도부의 거듭된 검증론 언급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연일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검증론’을 거론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검증론 관련 발언 강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대선 후보의 검증은 꼭 필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지 도덕성도 봐야하고 과거 자기 상황에 맞춰 말과 정책을 바꾼 적이 없는지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검토돼야 한다”(17일 모 방송과의 인터뷰), “김대업 같은 사람 10명이 나오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당선될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 “예방주사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우리가 자체적으로 거를 것은 걸러야 한다”(18일 자유시민연대 특강) 등으로 발언의 강도가 확연히 높아지고 있다.

또 박 전 대표는 지난 20일 대구 시민회관에서 열린 ‘새 물결 희망연대’ 창립대회 축사를 통해 대기업 CEO출신의 경제전문가인 이 전 시장을 겨냥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지도자는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경제지도자”라면서 “국가지도자는 확고한 경제철학을 바탕으로 유능한 경제전문가들을 널리 구하고 등용해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훌륭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가 당내 대권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최대강점인 경제전문가란 점을 겨냥해 처음 공격한 것으로,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의 검증론에 이은 제2라운드 공세로 해석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같은 검증론과 경제지도자론 등을 네거티브 전략이란 일부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지속하고 있는 것은 오는 2월 설까지 지지율 격차를 어떻게든 좁히지 못한다면 대세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더 이상 뒤집기할 기회가 없을 것이란 전략적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상당수 당직자들은 이번 설 전후해서 국민여론이나 당내 지지도가 이대로 이 전 시장의 부동세가 굳혀지면 이 전 시장쪽으로 힘을 모아주는 것이 한나라당이 대권을 잡는 지름길이 아니겠느냐는 게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자 그동안의 검증론 공세에 대해서 무반응 전략을 써오던 이명박 전 시장도 지난 20일 대전 CMB엑스포아트홀에서 열린 ‘대전발전정책포럼’ 창립대회 초청특강을 통해 반격에 나선 분위기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특강에서 시장 재임 시절 참석한 한 세미나에서 저출산 해결방안을 강연했던 여성강사들이 자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있고, 고3을 4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말해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비록 개인적 경험담에서 나온 얘기이긴 하지만 아직 미혼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대문이다.

고 건 전 총리의 중도하차 이후 여권영입설로 관심을 모은 손학규 전 지사는 줄곧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겨냥해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소프트웨어 중심의 국토개조론’을 설파하면서 “60년대, 70년대 개발연대식 방식으로는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개발독재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이 전 시장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반대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또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양 진영이 모두 의원들을 줄세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 전 시장 진영을 집중적으로 문제삼는 분위기다.

뒤늦게 대선주자에 합류한 원희룡 의원도 지난 17일 충남도당 신년하례회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행복도시’가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면서 “다른 분들은 염려가 없는 것 같고…이 전 시장님도 약속하시죠”라며 이 전 시장을 걸고 넘어져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직때 행복도시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을 부각시켜 견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시장진영은 이와 관련, “1위 후보는 의례히 공격을 받기 마련”이라면서 “다른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개의치 않고 우리 갈 길만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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