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예식은 싫어"
신랑·신부들 많이 찾아
전문 대행업체도 등장

#사례 1. 오는 5월 결혼식을 앞둔 황모(33·포항시 남구)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황씨는 토·일요일이 더 바쁜 학원 강사라는 직업을 가진 지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그동안 고향인 부산에서 열리는 결혼식과 대학 동문들이 있는 대구의 결혼식까지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황씨는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하객 수를 늘이기로 결심했다.

#사례 2. 이달 말께 결혼을 할 예정인 최모(29·여·대구시 중구) 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향이 경기도인 최씨는 대구가 고향인 예비 신랑과는 달리 하객으로 초대할 친구가 크게 부족했다. 최씨는 초·중·고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창시절 대부분을 경기도에서 보내고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해 왔다. 뒤늦게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자신을 탓하던 최씨는 뾰족한 수가 없어 결국 하객의 대부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참석시키기로 했다.

올해는 입춘이 두 번이나 들어 있는 `쌍춘년`으로, 전통적으로 쌍춘년에 결혼식을 올리면 길하다 여겨져 온 탓에 결혼식을 올리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동안 결혼식 참석에 소홀했던 많은 예비 신랑과 신부들은 하객의 수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하객들이 결혼식에 참석하면 “잘 살았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러 온 거 보니 안심이 되네” 등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아 하객의 수로 마치 인간관계의 척도를 판단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어 하객을 고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결혼식에서 하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에 아르바이트 사이트와 구직 사이트에 결혼식 하객을 찾는 글이 올라오는 것은 물론 대행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창에서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란 단어를 검색하면 전문 대행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고용된 하객 아르바이트생들은 복장을 갖춰 입고 예식이 시작되기 1시간 전에 근처에 모인다. 대행업체 관리자는 도착한 인원을 체크하고, 축의금 봉투를 나눠준 뒤 신랑과 신부의 신상 정보를 알려준다. 이렇게 예식장에 침입(?)한 아르바이트생들은 프로답게 친한 친구인 것처럼 행동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특히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는 시간대비 높은 알바비와 알바 후 웨딩뷔페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 `꿀알바`로 통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포항의 한 결혼식 하객 대행업체 관계자는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 비용은 시간과 요구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짧은 시간에 뷔페도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며 “최근에는 쌍춘년에다 직장 생활로 지인들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도 많아 점차 결혼식 하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우려는 경우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