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도심 집창촌 어떻게 하나

옛 포항역 집창촌 50대 이상 여성 30% 차지
60~70대는 성매매 호객행위로 생계 이어가
직업교육 등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 마련을

글 싣는 순서
(상) 적극론·신중론 속 존폐 기로
(중) 성매매 여성 자활에도 관심을
(하) 이강덕 시장 체제, 폐쇄 `호기`

옛 포항역 인근 성매매집결지(집창촌)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포항시가 적극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의 집창촌은 경찰의 지속적 단속으로 쇠퇴 일로를 걷고 있다. 그러나 이곳을 떠난 여성들이 키스방, 안마방, 오피스텔 등 음성화된 성매매업소로 다시 유입되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개인적으로 영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해외로 원정 성매매를 떠났던 여성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에 비유해왔다. 정부와 지자체의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 등이 뒷받침되지 않아 정책의 개선 효과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최근 철거 여론이 높아진 옛 포항역 인근 집창촌 업주와 여성들도 최소한의 이주 대책과 여성들의 취업 대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30대 성매매 여성은 “예전에 지급되던 40만원 정도의 자립지원금도 2009년부터 나오지 않아 새로운 직업 교육을 받기가 더 힘들어졌다”면서 “`떠나라`고 하기에 앞서 최소한의 재활 프로그램 등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순서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새날포항여성인권지원센터에 대한 성매매 여성들의 상담 증가 추세를 보더라도 이들 여성의 전직 의지를 알 수 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268명의 성매매 여성이 자활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운데 2010년 34명, 2011년 50명, 2012년 214명 등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학력과 경력이 대부분 부족한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취업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네일숍, 마사지숍, 소규모 음식점 등의 창업이나 미용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으로 직업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직종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50대 이상의 고령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 프로그램도 시급하다.

취재 결과, 포항역 인근의 집창촌은 20~30대 보다 40대 이상 여성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령인 성매매 여성은 정부의 자활 지원정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특히 30여개 업소에서 영업하는 80여명의 여성 중 50대 이상도 30%를 차지한다. 심지어 과거 이 업종에 종사하던 60~70대 할머니들은 성매매를 알선하고 소개료를 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호객이 유일한 수입원이라는 한 60대 할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이 나이 먹도록 이곳에서 생활했는데, 배운 것도 없고 마땅한 기술도 없어서 다른 일은 꿈꾸기도 힘들다”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굶어 죽지 않으려니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새날포항여성인권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들은 단순히 경제적 궁핍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생활공간으로부터도 소외돼 있다”면서 “경찰의 단속에 앞서 생계형 종사자들이 사회에 실질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에는 성매매 여성 자활센터가 없어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지자체의 예산 배정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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