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시각장애 중고생들
점자교과서 없어 듣기만
책 신청해도 1년 후에나
수요충족 방안 마련해야

경북 도내 일반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시각장애학생들이 점자교과서를 마련하지 못한 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급수를 지닌 점역교정사도 부족해 학년이 높을수록 점자교과서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2014년 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경북 지역 내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특수학생 수는 중학생 684명, 고등학생 662명이다. 이 가운데 시각장애학생은 각각 중학생 16명, 고등학생 15명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은 포항과 경산이 각각 3명으로 지역 내에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의 경우 구미 5명, 김천 3명 순이었다.

지난 2007년 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통합교육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장애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아동이 일반학교에 취학할 경우 특수학급을 설치해 지도교사와 시설, 설비, 교재 및 교구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국정교과서를 사용해 비교적 점자교과서를 구하기 쉬운 반면 중·고등학교에서는 검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어 각 학교별로 교육과정 및 교과서 출판사가 달라 시각장애학생들이 점자교과서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완전통합교육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오천신흥중학교의 황다혜 특수교사는 “지난해 점자교과서 11권을 신청했지만 그 중 다른 학교의 신청도서와 겹치는 도덕, 영어, 역사 단 3권만 받을 수 있었다”며 “기본적인 교과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부분의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듣고 점자로 필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학습지도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황장환 사회복지사는 “학기 시작 후 점자교과서를 신청하면 최소 1년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어 교과서 준비를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통합교육을 받고자 일반학교를 선택하는 시각장애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현실은 아이들을 다시 특수학교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점자교과서 부족현상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이다. 특히 자연계 수학 과목의 경우 점자교과서 제작 시 인문계에 비해 전문 지식을 갖춘 점역교정사가 필요하지만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도표나 그래프 등이 포함돼 있어 직접 손으로 작업해야 할 부분이 많아 제작 시간도 더 소요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기준 누적 757명이었던 점역교정사는 올해 1월 807명으로 50명이 늘었다. 이 중 3급은 32명, 2급 14명, 1급 4명이 각각 늘어나 급수가 높아질수록 점역교정사 증가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매년 2회 자격시험을 통해 점역교정사를 뽑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수요를 100% 충족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특수교육원 관계자는 “점자번역을 언어번역기처럼 기술적인 개발을 통해 인력 부족에 연연하지 않고 점자도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