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5) 형산강프로젝트 긴급진단

▲ 형산강의 여명

형산강 재생사업의 2대 범주는 경북도를 중심으로 경주시와 포항시 등 관(官), 그리고 두 도시의 시민사회단체 등 민(民)으로 4대 주체를 포함하고 있다.

시민사회계의 기반과 자생력이 활성화된 유럽과 달리 국내 민간 주도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형산강 재생사업도 이번처럼 관 주도형으로 시작돼 민간 협력으로 결실을 맺어야 이상적인 완결 체제가 된다. 다행히 오랜 기간 소원했던 경주시와 포항시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협력을 재가동, 관의 역할을 위한 조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민간 협력기구, 형산강미래포럼의 비전선포식을 전후해 제기된 비판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경북도가 주도하고 있는 `형산강 프로젝트`를 착수단계부터 재점검해야 할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 `형산강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

관 주도의 프로젝트를 포함해 모든 형산강 관련 재생사업의 양대 핵심축은 강의 문화·역사·생태적 복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개발사업, 그리고 강을 매개로 한 민관협력이다. 이번 `형산강 프로젝트`는 전자 중에서도 개발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형산강 바이크로드, 형산 보부상 장터민속촌 등 사업명이 이를 상징한다. 하지만 문제는 선행 연구성과 등 자료가 빈약한 점이다. 역사문화생태적으로 정확한 고증이 선행되지 않으면 뿌리가 빈약한, 공감과 감동 없는 스포츠레저시설만 양산할 뿐이다. 이는 결국 사업 중심의 사업이 될 뿐이다.

실제로 경북도의 사업계획은 국비 확보 여부에 성사가 좌우되는 한계가 엿보인다. 경북도의 사업취지대로 `경북 신(新) 이니셔티브의 전진기지로 형산강권역을 개발 `하는 비전이 두 지자체의 협력과 강의 위상 정립을 간과한 채 국비 확보에 좌우되는 한계를 가진 것이다. 국비 확보의 전망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재정난 때문이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적 평가로 인해 `또 다른 강 사업`으로 중앙정부에 의해 평가절하될 공산도 크다. 따라서 경북도가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해 사업계획서의 용도로 2억여원 규모로 발주를 추진 중인 단위별 연구용역의 중요성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주지한 바 대로 선행연구성과가 빈약한 현실은 경북도와 두 지자체에 극복해야 할 난제가 돼 왔다. 이에 `형산강미래포럼`이 지난 3일 비전선포식 직전에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 시의적절하다는 기대를 모으는 듯 했으나 결과는 예상밖의 문제제기로 귀결됐다.

□ `형산강미래포럼`의 고민

발기인대회의 성격을 띤 지난 3일 비전선포식을 전후해 주로 경주와 포항에서 제기된 지적은 대체로 민간협력기구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주로 학자 중심의 협소한 인선 구성이라는데 맞춰졌다. 포럼은 실제로 학계에서 마저 기존의 연구에 참여한 교수들을 배제한 데다 민간에서도 지역별 대표성을 담보하기에 미흡한 면모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포럼과 경북도·경주·포항시 간에 미묘한 입장차가 확인됨으로써 `형산강프로젝트에 민간 협력을 보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구체적으로 여러 근거를 종합하면 포럼 측은 처음부터 두 지역 전체의 기대와 달리 순수한 민간 교류의 목적에 비중을 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럼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한 관계자는 “형산강프로젝트와 별다른 연계의도를 갖고 지인들이 중심이 돼 추진했다”면서 “비전 선포식을 앞두고 경북도에서 프리젠테이션 참여를 제안해 와 마치 사업을 공동추진하는 양 외부에 비쳐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북도는 비전 선포식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협력 기구로서 형산강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되게 할 의도를 내보였다. 하지만 도와 2개 시는 인선 단계에서 부터 포럼측에 특정 인사 추천과 배제 의사 표명 등 별다른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상북도 김호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22일 “포럼의 조직 운영에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고 개입할 근거도 없는 만큼 여러 의견을 종합해 전달했으며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용역 추진 현황에 대해서는 “국책기관인 국토연구원에 마스터플랜 용역을 맡기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면서 “그외 2천여만원 규모 미만의 단위 용역들은 내용에 맞춰 해당 지자체가 주도해 결정하고 오는 27일 포항시에서 열리는 국회의원 정책간담회에서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2일 열린 형산강미래포럼의 비전 선포식.
▲ 지난 2일 열린 형산강미래포럼의 비전 선포식.

□ 검토되는 대안들

비전선포식 이후 형산강미래포럼은 내부적으로 공식 절차 없이 다양한 조직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경주 측의 한 실무 관계자는 “여러 지적을 계기로 포항에서 시민사회단체 경력이 많은 학계 인사 등을 만나 참여 의사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당초 목적대로 운영위원회 체제를 포함해 위상을 재정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동대표인 장순흥 한동대 총장 측도 “당초 예상과 달리 포럼에 대한 두 지역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적잖이 놀라웠다”면서 “경북도 등 관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정립할지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결국 현 포럼의 체제가 선택해야 할 기로는 포항과 경주의 광범위한 민간협력 조직이냐, 전문가 자문 등 순수 민간협력 조직이냐의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현 단계에서 조직 역량을 냉정히 짚어보면 후자가 전자보다 더 현실적 대안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양 측이 그동안 별다른 민간협력의 성과와 조직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과제를 요구받고 있는 현실에서 복잡다기한 두 도시 민·관·학의 이해관계와 갈등의 여지를 해쳐나가기에는 자체 역량에 한계가 적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 현 체제를 일부 보완·수정하는 선에서 형산강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용역 등 자문으로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 대체적이다. 이후 명실상부한 민간협의체로의 조직 확대는 우선 당면 과제인 용역의 마무리 및 이후 국비확보 성과 등 제반 여건을 판단한 다음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으로 중론이다.

“사업 성패, 양보와 협력·기획과 점검에 달렸다”

2015년초부터 경북도가 `형산강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1년 6개월간 같은 명칭의 사업이 경주와 포항의 시민단체에 의해 추진됐다. 당초 이 사업은 포스코가 기업 성장 및 경제 발전을 위해 형산강이 유입되는 영일만의 환경 오염에 책임이 있는 만큼 기업의 책무를 이행한다는 취지로 재원을 제공하면서 비롯됐다. 포항에서는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와 포항경실련이, 경주에서는 경주환경련이 2010년 하반기부터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포항측 단체는 형산강의 문화역사지리 등에 대한 연구 출판 및 시민참여사업을, 경주는 서라벌대 등이 가세해 수질생태환경조사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하지만 사업의 구체적 내용 및 수정 사항 등 운영과 기획 등의 쟁점에서 포사연과 경실련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한때 사업이 중대위기를 맞을 만큼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사업비의 3분의 1가량이 포스코로 반납되는 우여곡절 끝에 포항경실련이 이탈해나가고 포사연과 경주환경련이 사업을 추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형산강에 대한 1년여간의 답사와 전문가 기고 등을 엮어 종합 인문지리지인 `삶과 문화1- 형산강`이라는 단행본이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발간돼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책은 오랜 논란의 대상이었던 발원지 규명과 관련해 기존의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이 아니라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이 더 근거가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또 수질환경보고서에서는 민·관·학 공동 수계조사 등을 통해 형산강 하천 유지수 격감과 둔치의 비닐하우스 등 불법경작지에 의한 하천 오염, 콘크리트보 등 각종 구조물로 인한 수질 악화 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당시 답사 및 프로젝트 운영 등 실무에 참가한 김규형(44·경주시 현곡면) 사진작가는 “사업비를 조달하고도 당시 여러 한계를 감안, 사업 규모를 축소한 뒤 두 지자체의 민간단체가 협력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했다”면서 “관 주도로 15년 만에 성사된 이번 사업의 성패는 양보와 협력, 기획과 점검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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