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성 경주본부

다음 달 있을 `세계물포럼` 개최지로 유명해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 HICO)가 2년여 간의 공사를 끝내고 드디어 2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최양식 경주시장,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경주시민 등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가졌다.

개관식은 유명 방송인 김범수씨의 사회로 공연단과 합창단, 그리고 인기가수를 초청한 가운데 식전·식후 행사 등으로 다채롭게 펼쳐져 들인 건립비용(1천200억원)만큼이나 화려하고 웅장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하이코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한수원이 건립, 경주시에 기부채납한 것이다. 그러나 경주시민들은 물론 경주시도 무상으로 받았다고 해서 마냥 기뻐해서는 안될 일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당장 개관 시점부터 소요되는 운영·관리비를 전액 경주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혈세를 이곳에 투입해야 한다. 준다고 넙죽 받아먹었다가 나중에 덤터기를 쓰는 꼴이 되고 만다는 얘기다.

이를 예견, 경주시는 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전 협상 때 일정 기간 동안의 운영·관리비까지 받아냈어야 했다. 막상 개관 시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몇몇 시의원들의 지적은 시가 방폐장 관련 사업에서 늘 `설익은 조항`으로 세밀하고 충분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시 방폐장 유치와 함께 덤으로 받아 추진 중인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2018년 완공 예정) 건립 사업의 경우도 총사업비 3천143억원 가운데 국비 1천836억원에 도비와 시비 등 지방비를 1천182억원이나 부담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 아직도 1단계 사업조차 마무리 하지 못한 것도 시가 `앞으로 남기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한 결과물이다.

특히 시는 면밀한 검토 없이 하이코 운영주체로 `재단법인`을 설립한 뒤 연봉 9천만원의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15명을 채용, 배치하는 등 하이코가 스스로 `철밥통`의 자세를 갖도록 틀을 잡아줘 앞으로 자생 의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전국의 10여 개 컨벤션센터가 대부분 흑자경영을 못하고 있는 시장 추세를 볼 때 자립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 따라서 시가 지분의 51%를 갖고 나머지는 전시컨벤션 전문업체 등에 넘겨 영리 목적의 `주식회사`를 설립,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 사생결단의 의지로 센터를 운영해야만 시민들의 우려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 엑스코(EXCO)는 `주식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가 사장을 맡아 성공한 사례는 없다는 사실을 최 시장은 아는지 모르는지를 묻고 싶다.

김관용 도지사가 축사에서 “경북관광공사와 경북도 공무원들이 적극 나서 앞으로 굵직한 행사를 끊임없이 유치하는 것만이 하이코와 경주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시는 하이코에 인건비·관리비 등을 합해 3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황재성 기자 jsgol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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