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교사의 인성과 밥상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밥상은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 낸 공산품이 돼버렸다. 시장 경제에서는 언제나 소비자가 왕이다.

현대사회 결과만 중시
결국 무한이기주의 치달아
학생들 노작활동 통해
협력·상생 배울수 있어

1. 프롤로그
2. 첫번째 밥상 : 인성 교육 곱씹기
3. 두번째 밥상 : 담백한 인성 교육
4. 세번째 밥상 : 의미 교육
5. 네번째 밥상 : 메아리 교육
6. 다섯번째 밥상 : YHY 교실
7. 여섯번째 밥상 : 과수원 길을 따라서
8. 일곱번째 밥상 : 자연 옮기기-생태도감
9. 여덟번째 밥상 : 자연의 밥상-노작교육
10. 아홉번째 밥상 : 공동체 밥상 -마을학교
11. 열번째 밥상 : 맛있는 인성 밥상 완성

많은 소비자들은 대형 마트에서 구매한 공산품을 쓰면서 그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나,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 따위엔 관심이 없다.

우리의 밥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요자는 차려진 밥상만 받을 뿐 그것을 준비한 공급자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사함보다 불평불만이 더 많은 게 요즘 밥상 풍속도다.

시장 경제 논리에 빠진 사람들에게 과정은 멸종된 어느 생물체에 지나지 않는다.

공산품은 결과만이 전부라는 유전자를 사람들에게 이식했다.

결과지상주의는 어떻게 해서든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약육강식의 삶의 방식을 사람들에게 강요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옆을 볼 여유를 잃었고, 더 독하게 변해 갔다.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이 필수라고 하지만, 지금의 경쟁은 정상의 도를 넘어 사생결단(死生決斷)식으로 변했다.

약육강식 사회에서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경쟁의 배신` 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경쟁은 누구도 승자를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경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협력을 제시했다. 우리는 협력의 의미와 상생(相生)의 가치를 학교에서 배웠다. 그런데 문제는 이론과 현실은 항상 평행선이라는 것이다.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경쟁 사회의 특징이다. 경쟁보다 협력과 공존이 더 중요하다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을 더 극도의 경쟁으로 내모는 사람 또한 교사다. 그들은 1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결과지상주의는 남이야 어찌 되었던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소위 말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세월호 사건, 학교폭력 등은 모두 “나만 아니면 돼”의 결과물이다. 무한이기주의는 사람들은 물론 사회, 국가를 병들게 한다. 이제부터라도 학생들에게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단서가 있다. 더 이상 학생들에게 책으로, 이론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더 이상 책을 믿지 않으려 한다.

아니 학생들이 믿으려하기 전에 학생들의 뇌가 책은 곧 시험, 점수라고 받아들인다.

점수용 지식들은 휘발성이 강해 시험이 끝나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그러니 학생들이 몸으로 과정의 중요성을 체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노작 교육을 추천한다. 노작 교육은 학생들에게 과정의 중요성은 물론 생명 존중 의식을 일깨워 준다.

학생들은 노작 활동을 통해 결과물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득한다. 밭을 일구고, 배추 모종을 심고, 또 배추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졸이고, 때가 되면 배추를 묶고, 또 때를 기다려 배추를 수확해 본 사람은 결코 김치 한 조각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김치 한 조각의 의미를 아는 학생들은 절대 나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주형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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