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교사의 인성과 밥상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아침 시간을 왕처럼 보내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아침 독서다.

1. 프롤로그
2. 첫번째 밥상 : 인성 교육 곱씹기
3. 두번째 밥상 : 담백한 인성 교육
4. 세번째 밥상 : 의미 교육
5. 네번째 밥상 : 메아리 교육
6. 다섯번째 밥상 : YHY 교실
7. 여섯번째 밥상 : 과수원 길을 따라서
8. 일곱번째 밥상 : 자연 옮기기-생태도감
9. 여덟번째 밥상 : 자연의 밥상-노작교육
10. 아홉번째 밥상 : 공동체 밥상 -마을학교
11. 열번째 밥상 : 맛있는 인성 밥상 완성

과수원 걷기 처음엔 어색
친구·선생님, 자신과 대화
점차 소통의 의미 깨달아
마음문 열리면 눈·귀 열려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 또 하루의 시작을 책으로 연다는 점에 있어 아침 독서는 왕의 의미를 지니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독서 시간이 30분 남짓이라서 준비하고 뭐하고 나면 실제 독서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장점이 많기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효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큰 의문이 남는다. 그래서 왕의 식사법을 하나 더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다. 사실 30명 이상의 과밀 학급에서는 이 방법이 무리일 수 있지만, 그래도 운영의 묘를 발휘한다면 아침 독서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산자연중학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 시간에 교사와 학생들이 과수원 길을 걷는다. 무슨 일이나 그렇듯 `과수원 길을 따라서`도 처음에는 어색했다.

아침 자습 시간에 교실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를 학생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또 교실에서 나와 길 위에 섰을 때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적응이 빨랐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찾았다.

학생들이 찾은 건 바로 대화였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는 선생님과, 또 자신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는 여기서는 멈추지 않고 학생들은 사과나무, 풀, 길과도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은 과수원 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하나가 됐다. 자연 속에서 학생들은 잃어버렸던 인성(人性)을 찾았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것이다. 소통은 열림이다.

학생들은 과수원 길을 걸으면서 여태껏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마음의 문이 열리자 마음의 눈과 귀가 열렸다.

마음의 눈과 귀는 학생들에게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과 소리를 보여주고 들려줬다.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거운 짐을 싣고 오르막을 오르는 할머니의 손수레를 밀었다.

본지 2014년 10월 20일 아침산책에 `잠자리 통신`이라는 글을 실었다. 글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썼다. “학교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 교사와 학생들은 빨간 사과보다 더 붉고 탐스러운 이야기꽃을 피운다. 학생들은 길 위에서 저절로 시인, 화가, 과학자가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교육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알면 해결도 쉽다. 지금 우리 사회가, 또 우리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이다.

그 해결책은? 그건 바로 소통이다. 소통의 가장 근원적인 방법은 대화다.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인성교육이다. 학생들을 교실에만 가두지 말고 조건 없이 자연의 길 위에 세워보자.

그럼 자연과 학생들은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이주형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사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