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한식 자치행정2부

해가 바뀌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연두방문`이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과거 시절, 대통령으로부터 광역자치단체의 장은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직원들을 대동하고 산하기관들을 찾곤 했다. 윗 사람들을 맞이하는 측으로서는 몇날 며칠을 밤새워 준비하는 것이 일상사였다. 전임자들이 작은 실수 하나로 눈 밖에 나 봉변을 당했던 경우를 수 없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두방문이 어느날부터 중앙정부 대신 자치단체장들의 연례적인 행사가 됐다. 지방자치에 따른 변화다. 단체장들은 연초가 되면 대부분 읍면동이나 산하기관을 돌며 새해 시정 방향을 설명하는 것이 지금은 하나의 관례가 됐다.`현장에서 청취한 지역민의 여론을 행정에 반영한다`는 것이 연두방문의 거창한 목표다.

경산시의 최영조 시장도 지역여론을 조성하는 관변단체의 대표들과 관계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의사항을 받고 관련부서장의 부연설명에 시장이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연두방문을 지난 1월 2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정된 대표자가 건의사항을 말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사전에 조율, 대응하던 방식도 올해부터 바꿔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을 지켜본 결과 여전히 기대에 못미쳤다. 참석자 대부분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리, 격식을 갖추기 위한 자리로 생각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현장 여론수렴`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뒷받침 할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참석자 소개, 시장의 인사말과 참석한 도의원과 시의원의 인사말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경우도 다반사였다.

실제, 사전에 조율된 건의사항까지 시간이 할애되고 나면 시장의 다음 스케줄이 있다며 일방적으로 토론이 종결되는 광경도 목격됐다. 짧은 틈새를 노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는 인사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인 반면 참석자 대부분은 얼굴마담과 들러리 역할만 하다 돌아갔다. 또한 1월 하순이면 틀에 짜진 새해 예산이 명시된 대로 활발하게 집행되고 있는데 `현장에서 건의된 안건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토론을 진행해야 함에도 시장의 일정에 맞춰 서둘러 종결되는 그런 연두방문이라면 이제 그만할때가 된 것 같다.

정말로 현장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시킬 마음이 있다면 새해 예산이 짜여지는 11월 전에 행정기관과 지역여론층이 만나 열띤 토론과 갑론을박을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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