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영 숙

서로 마주보는 간격 사이에

저물어가는 저 나무들의 남루

빈자의 허기처럼 뼈대만 남아서

소멸을 견디고 있구나

지난날 내 푸르렀던 꿈과

그리움이란 것도

바람에 떨어져나간

저 나뭇잎 같은 것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빈 가지로 서서

만남도 떠남도 없는

텅 빔

그 적요 속으로

별빛보다 더 많은

흰눈이 내리고 있네

겨울 숲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사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만큼 살아온 생의 뜨거웠던 시간들과 이제는 이파리들이 다 떨어져 어디론가 날리어 가버린 앙상한 뼈대의 겨울 나무들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시인에게 남아있는 날들을, 헤쳐나갈 숲길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황량한 겨울 숲을 바라보면서 생을 관조하는 시인의 눈이 깊고 그윽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