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이 낳은 신풍속도

새해 들어 담뱃값이 2천원이나 인상되자 신풍속도가 연출되고 있다.

#사례 1. 직장인 A씨(35)는 회사에서 일명 `담배 사냥꾼`으로 통한다. A씨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동료들에게 다가가 “나는 담배 사는 것을 끊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담배를 얻어 피우곤 했다. 하지만 A씨가 회식 자리에서 “이렇게 하루에 몇 가치만 얻어 피우면 하루에 1천원이 넘는 돈을 벌게 되는 것”이라며 “하루 5가치를 얻어 피우면 1천125원을 버는 셈인데 한 달이면 무려 2만2천500원이 절약되는 셈”이라고 털어놓은 뒤 동료들사이에서 왕따가 되고 있다. A씨가 한 말은 회사 동료 흡연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대부분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요즘엔 그에게 담배를 건네는 사람이 사라졌다.

#사례 2. 담뱃값이 인상되기 전 시간이 날 때마다 대형마트에서 한 보루씩,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몇 갑씩 꾸준히 담배를 챙겨온 B씨(45). B씨는 요즘 자꾸만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조르는 지인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발품을 팔아 미리 담배를 챙겨놨다고 자랑해놓은 탓에 “지금 담배는 2천500원일 때 사놓은 것 아니냐”며 사람들이 몰려 속앓이를 하고 있다. B씨는 “값이 오르기 전 쌀 때 산 담배를 주지 않으면 더 치사한 사람이 되는 게 억울하다”며 “이렇게 담배를 빼앗길 바에야 차라리 담배를 원래 가격에 팔아버리고 끊을까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사례 3. 대학생 C씨(22)는 메뚜기족 애연가다. 아직 집에서 용돈을 받아 쓰는 형편 때문에 1월1일부터는 아직 담뱃값이 오르지 않은 2천700원짜리 담배를 찾아다녔다. 그렇지만 그 담배는 판매대에서 빠져 있기 일쑤였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편의점과 슈퍼마켓, 동네 구멍가게를 옮겨다녀야 했다. 지난 13일과 15일 이 담배들의 가격마저 올라버린 후 마지막 돌파구는 아직 3천500원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한 담배 뿐이다. 하지만 오는 6월이면 이 담배도 4천원으로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여 C씨는 독한 마음을 먹고 담배를 끊어볼까 하는 고민에 빠져있다.

#사례 4. 담뱃값 인상 시세차익을 노리고 미리 사놓았던 담배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몰라 팔아온 이들이 경찰에 잇따라 검거되고 있다. 21일 서울 종암경찰서는 D씨(32)와 E씨(33), F씨(34) 등 3명과 E씨에게 담배를 대량 공급한 G씨(32) 등 4명을 담배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D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총 817만6천100원을 들여 담배 3천171갑을 사재기했으며, E씨와 F씨는 총 155만5천200원을 들여 담배 576갑을 사놨다가 인터넷 중고카페를 통해 1갑당 2천900원에서 4천원에 불법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담배 한 개비를 두고 얻어 피우려는 이들과 한 개비를 사수하려는 이들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담뱃값으로 시세 차익을 남겨 용돈을 벌어보려다 철창신세를 지게 된 사람들도 있다. 담뱃값 인상이 부른 신풍속도는 이래저래 보기에 안쓰러운 장면들로 이어진다.

/윤경보기자

    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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