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홍보에 지역대학 왜 목매나
(상)취업률 1위의 비밀

`○○지역 ○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

2015학년도 대학별 수시모집이 종료된 가운데 정시모집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각 대학이 발표하는 홍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실업자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업에 열을 올리고, 대학은 `취업률 낮은 대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어느덧 취업률은 `좋은대학`을 평가하는 잣대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은 학문연구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망각한 채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지역 대학들이 왜 `취업률 1위`에 목을 매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들이 스스로 취업사관학교로서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진단해 본다.

학문 연구보다 취업이 우선
졸업생數 기준 임의로 바꿔
`취업사관학교로 전락` 비판


교육부는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매년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대학의 취업률을 공시하고 있다.

지난 8월 공시의 경우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만 활용돼 직장건강보험가입자 현황만 파악이 가능하지만 11월 공시는 국세DB를 바탕으로 해 1인창업자, 프리랜서, 개인창작활동종사자 등의 취업현황까지 포함돼 보다 정확하다.

지역의 각 대학은 이 발표가 진행된 시점부터 해마다 각기 다른 분류방식으로 스스로를 `취업률 1위 대학`으로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취업률 66.6%를 보인 A대학은 전국의 국·공립대학 32곳 중 취업률 3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하며 특수목적대학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1위임을 강조했다.

B대학은 취업률 68.0%로 대구·경북지역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에 올랐다고 홍보했다.

C대학은 취업률이 61.4%에 그쳤지만 대구·경북지역 재학생 1만명 이상 대형대학 5곳 중 1위를 차지했다고 알렸다. 71.3%의 취업률을 나타낸 D대학은 영남지역 4년제 일반대학 중 1위에 우뚝섰다고 전했다.

이같은 `취업률 1위` 알리기 경쟁은 진학보다는 취업을 우선시하는 전문대학의 경우 더욱 치열하다.

2013년까지만 해도 취업률 77.0%로 교육부가 분류하는 전문대 `가그룹`(졸업생 2천명 이상)에서 전국 1위에 오른 E대학은 2014년 갑자기 2위로 밀려나게 됐다.

취업률 80.5%로 2013년 `나그룹`(졸업생 1천명 이상 2천명 미만) 전국 1위였던 F대학이 올해 졸업명 2천명을 넘기면서 가그룹에 합류, 83.0%의 취업률로 1위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4년 졸업생이 3천279명이었던 E대학은 분류기준을 졸업생 3천명 이상으로 바꾸며 이들 중 취업률 전국 1위에 올랐다고 홍보했다.

교육부는 전문대학의 졸업생 숫자를 기준으로 2천명 이상을 가그룹, 1천명 이상 2천명 미만을 나그룹, 1천명 미만을 다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비록 E대학이 졸업생 3천명 이상인 전문대 가운데 1위인 것은 사실이나 이는 스스로 설정한 분류기준에 불과한 것이다. 나그룹에서 4년 연속 취업률 전국 1위를 차지했던 F대학이 갑작스레 가그룹에 합류한 것도 의심의 눈초리가 없지 않다.

F대학이 낮은 나그룹에 머물러 있었다면 졸업생 1천17명으로 취업률 87.4%를 기록한 G대학에 밀려 1위를 차지할 수 없는 상황과 2013년 1천907명이던 졸업자 수가 2014년 2천1명으로 도리어 늘었다는 점이 절묘하게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 취업담당자는 “대학을 평가할 때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기에 대학들이 취업률 1위에 목매고 있는 것”이라며 “더욱이 명문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신입생의 관심을 끄는데 취업률이 높다는 것보다 비전을 제시할만한 소재가 없어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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