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덕원전 어떻게 하나

2015년 새해들면서 영덕 원자력발전소 건설문제를 두고 찬반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덕군은 군의회에 영덕원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군민 의견 수렴에 나서는 모양새다.

본지에서는 영덕군 주민들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점을 감안, 중립적인 박기조 영덕원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 찬반입장을 대표하는 김영규 천지원전 추진대책위원장과 손성문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공동대표, 그리고 김경일 (사)한국수산업경영인영덕군연합회 회장, 박영울 영덕읍 노물리 이장으로부터 영덕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박기조 위원장
▲ 박기조 위원장
군민 바라는 것 제대로 파악, 중앙정부와 협상할 용의 있어

박기조 영덕원전특위 위원장

“군민들의 의견이 갈라져 있는 만큼 영덕원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영덕군의회 박기조(51) 영덕원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우선 책임감부터 언급하며 무겁게 말을 이었다.

그는 영덕원전에 대해 “의회 특위는 현재로서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영덕군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영덕군의회 의장을 역임한 이력의 그는 “워낙 첨예한 사안이어서 찬성과 반대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특위의 입장은 영덕군과 군민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영덕군민이 바라는 것을 파악해 중앙정부와 협상할 용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론 현재 `조건부 반대`에 있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나서 안동~영덕 철도노선 가설, 농수산물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 원자력해체연구센터 설립, 공단 조성 등 군민들이 납득할 만한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한다면 찬성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오는 3~4월 중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특위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며 원전을 영덕에 조성하려 한다면 정부도 말만 하지 말고 반대 진영이 지금 하고 있듯이 군민들을 상대로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2년전 영덕에 원전 유치 사업을 고시하며 수립계획을 빨리 세워 발표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주민 갈등만 커져버렸다”며 무책임한 정부를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원전 추진여부를 결정해 줘야 주민 간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면서 삼척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종전의 찬성에서 반대로 돌려버린 것이 영덕군이나 의회로선 매우 부담스런 대목이라고 토로했다.

원전이 유치될 경우의 장점으로는 세수확보와 인구증가, 국책사업으로 인한 혜택이 군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돌아가는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단점으로는 낮은 보상가에 대한 피해와 청정지역인 관광 영덕의 이미지 손상, 농수산물 가격의 하락 등을 꼽았다.

▲ 박영울 이장
▲ 박영울 이장
주민갈등 해소 위해 하루빨리 결정 내려야

박영울 영덕읍 노물리 이장

“원전이 추진돼 보상이 이뤄지던가 아니면 정부가 원전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빠른 결정을 내려 줘야 마을이 안정될 것입니다. 어차피 원전이 생기더라도 내가 태어난 노물리에 살 수밖에 없는 데, 노물리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있는 만큼 원전 추진이 자꾸 미뤄지면 질수록 분란만 생길뿐이어서 걱정입니다”

박영울(72) 영덕읍 노물리 이장은 원전이 들어오는 것 때문에 마을이 시끄럽다는 말로 운을 뗐다.

박 이장은 “140여 가구 정도가 살고 있던 작은 어촌 마을에 원전 유치 소식이 전해지며 2년여 동안 50여 가구가 늘었으며 이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마을에 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고나면 펜션들이 자꾸 들어서는 등 투기꾼들까지 설치고 있다”며 “지난 2011년 원전 주민 동의를 구할 당시만 하더라도 마을 전체가 포함되는 줄 알았는데 일부가 빠져버렸으며 그나마 포함된 땅도 팔지 못하도록 묶여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원전 추진이 늦어지며 주민들끼리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갈등만 부추기고 있어 마을이 엉망진창이 됐다”며 “보상 문제만 하더라도 우리가 살아 있을 적에 보상을 받아 편하게 살고 싶은데 보상이 늦어지고 죽고 나서 보상이 이뤄지면 무얼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무엇보다 정부가 원전사업을 추진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전에 포함된 지역을 제외한 인접 지역은 1차 보상이 빨리 이뤄져야 2차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 김영규 위원장
▲ 김영규 위원장
정부 지원안 제시땐 찬성 압도적으로 늘 것

김영규 천지원전 추진대책위원장

김영규 천지원전추진대책위원장은 영덕 원전에 대한 정부의 빠른 대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김영규(73) 위원장은 1969년 13만여명에 달했던 영덕군민이 현재 4만도 되지 않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영덕의 미래는 어둡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대로 가다가는 영덕군이 울진 또는 포항에 편입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영덕군청 기획실장 출신인 김 위원장은 영덕 원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인 2011년 개발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의 늑장 대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떠나서 2년이나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는 정부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미 국책사업으로 결정된 상황인 만큼 찬반 여부 및 여론조사를 떠나 원전을 유치해 군민들이 최대한의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전 부지 원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보상을 하는 등 하루 빨리 원전 사업을 본격화 해야 더 이상의 분란이 없을 것”이라며“다른 지역에서 반대하는 원전을 영덕에 유치키로 한 이상, 이에 대한 보상으로 지원대책 및 소득 창출과 인구 유입 방안부터 고용 창출과 각종 예산 지원 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재 영덕군 재정이 울진군에 턱없이 적고, 모든 경제적 여건에서도 울진군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큰 차이가 난다면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은 국책사업 유치 같은 특효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영덕원전에 대해 기대만 부풀린 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동안 일본 원전 사고와 한수원 비리 등 군민들의 불신만 받는 일들이 빚어져 현재 반대가 처음보다는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정부의 지원안이 제시되고 지역발전 기대가 커지면 찬성이 압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원전을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입장표명이라고 했다.

▲ 손성문 공동대표
▲ 손성문 공동대표
도시민 위해 농어촌사람들 희생시키려는가

손성문 유치백지화투쟁위 공동대표


3년 전 출범한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영덕 원전 문제를 앞두고 손성문(37) 공동대표는 FTA로 어려운 지역의 과수·특용작물 등의 타격을 가장 우려했다.

영해성당 신부를 겸하고 있는 손 대표는 “울진만 보더라도 방사능으로 인한 농수산물 오염우려로 판매가 안 돼 영덕산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영덕의 농수산물과 관광에서도 큰 타격이 생길 것이다”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농민단체와 수산업 업체는 지자체의 눈치만 살피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군이나 찬성 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원전유치로 인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은 실질적인 효과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영덕의 농·어업 관련 문제가 영덕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어촌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국책사업으로 이를 타개하기보다는 올바른 분석과 주민합의로 친환경적 발전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 손 대표는 “경주의 사례만 보더라도 선심성 정책은 지역발전에 도움되지 않고 일부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뿐이다”라며 “또한 원전으로 생산된 전력은 소비지역과의 거리도 멀어서 이로 인한 송전갈등이 생길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도시민을 위해 농어촌지역민을 희생시키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즉 “형식적인 절차보다 지역특색연구, 인프라구축, 성공사례 파악 등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찬성 측과 반대 측, 지자체 측 등이 한자리에 모여 솔직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만약 지원금을 받더라도 모두가 납득할만한 사용이 되도록 같이 고민해봐야 하며, 이를 위해 위원회는 주민들과 국민들이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무엇이 좋고 나쁜지 토론해 보는 자리를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 김경일 회장
▲ 김경일 회장
영덕대게·복숭아 브랜드가치 하락 불 보듯

김경일 수산업경영인영덕연합회장


“영덕대게를 비롯한 영덕의 주된 먹거리는 수산업입니다. 경주, 울진과는 다르게 영덕은 동해안에서 청정지역으로 남아있고 특히 영덕대게를 중심으로 영덕복숭아 등 브랜드의 가치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영덕군연합회 김경일(56) 회장은 영덕원전 유치에 대해 이같이 말하면서 완강한 반대의견을 털어놨다.

김 회장은 “원전으로 이런 브랜드 가치의 하락이 불 보듯 뻔하며, 앞바다에서 이뤄지는 멍게, 전복 등의 양식업의 피해 또한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경북도가 영덕을 멍게 전략사업으로 추진하면서도 양식이 불가능하게 원전이 들어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얘기라는 것.

김 회장은 “영덕군 내에서 강구수협 1천500여명에 축산북부수협 1천200여명, 판매원 1천여명, 조합원이 소유한 배 한 척에 딸린 인부 5~6명, 그리고 이 모든 종사자들의 가족까지 합한다면 영덕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영덕군 해안선의 정 가운데에 원전부지가 설정된 만큼 강구항, 축산항 등 모든 영덕의 항에서 수산업에 피해가 갈 수밖에 없으며, 어떠한 보상이 이뤄지더라도 수산업을 대체할 먹거리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상 문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780여척이 등록된 영덕에서 직접보상반경 5㎞ 내 어선은 5%도 안되고 직접보상과 동떨어진 95%어민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서 마련해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원전유치로 인해 영덕에 투입될 자금은 투입되는 순간에 쓰고 없어질 돈이고, 이런 돈으로 생길 각종 인프라와 시설투자는 단기적 효과일 뿐이다”며 “이런 부분은 원전이 없더라도 단지 늦어질 뿐 언젠가는 마련될 것들이라는 것을 잘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준혁기자·윤경보기자

    전준혁기자·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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