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 안내, 20여분 허비
구조구급체계 자체에 문제점

속보=경북지역 소방서의 구조구급 매뉴얼이 응급상황에서 준수돼야 할 `골든타임`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새벽 포항에서 발생한 구급 상황에서 경상북도소방본부와 포항북부소방서의 지령 및 출동 지점이 서로 맞지 않아 허둥댄 와중에 숨진 석모(61)씨<본지 5일자 4면 보도>의 사례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우선 경북지역에서 구조구급 상황이 발생해 119에 신고를 하면 대구에 위치한 경상북도 소방본부 상황실로 연결된다. 상황실은 신고자 휴대전화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기지국을 기점으로 위치를 파악해 상황 발생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서 및 안전센터에 출동 지령을 내린다.

이때 상황실이 기지국 인근에 위치한 곳을 `정확지점`으로 표시하면 구급차의 내비게이션에 위치가 표시돼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기지국을 중심으로 위치를 파악해 정확지점을 표시하므로 일반전화에 비해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이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새벽 3시11분께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서 발생한 구조구급 상황의 `정확지점`은 결코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신고자인 석모(34)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쓰러지자 즉각 119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상황실과 내비게이션은 송도사거리에 위치한 H빌라가 아니라 남쪽 반대 방향 형산강 인근에 같은 이름이 붙은 H빌라로 안내됐다.

소방서 일지에 따르면 이로 인해 이날 새벽 3시11분 신고 접수 후 13분께 출동한 구급차는 불과 1.6km 거리에 위치한 현장 주변을 헤매다 3시 31분이 돼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3시40분께 인근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석씨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유가족들은 “119 신고 후 20여분이 지나 도착한 구급차는 신고 장소인 송도사거리 인근 H빌라가 아닌 다른 H빌라로 오인 출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허비됐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구조구급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대책이 마련돼 다시는 아버지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같은 기지국 1㎞ 반경 내에 같은 이름을 가진 빌라가 많아 정확지점이 다른 곳으로 (잘못)표시된 것”이라며 “이는 119 상황실 근무 인원을 줄여 출동 인력을 더 늘리기 위한 정책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했다.

한편 경북도소방본부는 본지 보도를 계기로 이번 일이 알려지자 진상 파악을 위해 본부 상황실과 포항북부소방서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감찰에 나섰다.

/윤경보기자

    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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