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중학생인데 담배 피워요 돈 없어 끊자니 방법이…”
10대 흡연율 높아도 대놓고 말하기조차 못해
금연지원 프로그램 없어 절도 등 비행 우려도

▲ 5일 구미보건소 금연클리닉을 방문한 한 흡연자가 일산화탄소를 측정하고 있다.

“저는 중학생인데요. 금연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금연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중고등학생도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을 이용할 수 있나요? 신상조사도 한다던데… 신분 안 밝히고 금연클리닉 이용할 수는 없는 건가요?”

한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의 금연 방에 올라온 글이다.

올해부터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등으로 금연클리닉을 찾는 흡연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어린 중·고등학생 흡연자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담뱃값 인상으로 청소년들에게 담배절도 및 금품갈취 등의 비행과 탈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5일 구미보건소에 따르면 새해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하루 평균 10여 명에 불과했던 금연클리닉 방문자가 50~60명에 이른다. 하지만 10대 청소년층의 방문은 한 건도 없다. 상황은 다른 시·군도 마찬가지.

포항남구보건소도 담뱃값 인상 전 금연클리닉 방문자는 하루 평균 15명 정도에 그쳤지만 인상 후 50여명 정도가 보건소를 찾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반해 금연을 원하는 청소년 방문자는 전무하며, 흡연을 하다 적발된 일부 청소년들만이 금연클리닉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청소년 금연이 소외된 것은 담뱃값 인상으로 비교적 주머니가 가벼운 10대 청소년들의 금연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으나 지원제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년들에게는 니코틴 성분이 포함된 금연 패치 등 금연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금연보조제보다는 금연교육 및 상담 위주로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 학생은 “주위의 친구들도 담배를 끊으려 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학생들은 어른들처럼 금연보조제를 구입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 학생들을 위한 금연 지원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흡연 자체가 학교에서 징계 대상이기 때문에 금연을 하고 싶어도 학생신분을 밝히면서 금연클리닉을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고 귀띔했다.

실제 구미보건소와 포항남구보건소는 지난해 지역 중·고등학교의 요청으로 각각 8곳과 6곳의 학교를 방문해 100여명의 10대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클리닉을 운영했다.

전석재 구미보건소 건강관리계장은 “학교의 요청이 없는 한 학교를 방문해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기는 힘들다”면서 “10대 흡연자가 금연에 대한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직접 보건소를 방문하는 방법 뿐 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대 흡연자가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방문한다면 신상정보에 대한 보호조치와 청소년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면서 “방학기간을 맞아 10대 흡연자들이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는다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남학생 7명 중 1명이 흡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3은 24.5%, 고2 21.0%, 고1 16.8%, 중3 11.7%, 중2 6.0% 등 15세 이상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상당히 높았다. 여학생은 4%대를 기록했다.

구미/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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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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