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성자치행정2부
5일 오전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경주시와 경주상공회의소 주최 `2015 신년인사회`가 지역 인사들끼리 새해 인사를 나누고 한 해의 희망을 얘기하는 자리여야 하는데 특정인의 정책 홍보장으로 변신해 뒷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공식 행사는 최양식 경주시장과 권영길 시의회 의장의 대시민 신년 인사말까지는 행사의 성격에 맞게 짧고 명료한 내용으로 600여명의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충분했다. 하지만 다음 순서로 정수성 국회의원이 무대에 오르면서 분위기는 졸지에 무슨 새누리당 당원 교육장처럼 숙연하게 바뀌었다. 정 의원이 자신의 의정 활동상과 그 치적을 설명하는데 장장 20여분을 할애한 때문이다.

정 의원은 자신의 노력으로 경주가 2년 연속 예산 1조원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올해 확보한 국비 예산이 얼마며, 원전과 문화재로 경주가 먹고 살아야 한다는 등 행사시 단골로 해 온 뻔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참석자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듣기 싫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제 시민들도 국회의원 만이 예산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기 에 20여분 연설은 지루함을 더했다. `너무 심하다`라며 곳곳에서 쑤근거리는 소리마저 들렸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보여 준 전형적인 `갑(甲)질`행동 모습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2015년, 경주의 이날 신년인사회는 이렇듯 국회의원 한명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엉망이 돼버린 모습이었다. 이날 시민들을 향해,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예산실장을 불러 어쩌고 저쩌고…, 국토부장관을 지역으로 불러 주지시켰다는 등의 자신이 행한 `갑질`을 자랑스럽게 말한 정 의원은 듣는 사람들이 감동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님 참석자들이 그 장황한 말씀을 들어야 하는 불편함은 고민해보지도 않았을까.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그런 의구심은 지울수 없었다.

실제, 희망찬 새해를 맞아 희망과 기대감으로 신년회에 왔던 경주의 많은 리더급 인사들 중엔 자리를 떠나면서 “언제 이 같은 구태를 보지 않을 지 의문”이라며 되뇌이는 이도 보였다. 신년인사회가 국회의원 의정활동 보고회장으로 변해버린 것에 대해 대다수 참석자들은 “남의 잔치에 와서 자신의 치적만 늘어놓고 참석자들은 들으라는 식의 행사를 주최한 측도 문제지만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잘난 척 하는 국회의원이 더 문제”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정 의원 측은 한 술 더 떠 행사장 입구에서 16쪽 분량의 의정보고서를 나눠주기도 했다. 정 의원 측 안팎에서 오래만에 잡은 호기를 십분 활용하는 그 모습이 더 놀랍기까지 했다. 이날 일부 참석자들은 “어쩌다 행사에 얼굴을 나타낸 국회의원이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업적 부풀리기만 해 맘이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 가관은 정 의원 자신이 지난해 구타사망 사건 등으로 치욕을 겪고 있는 군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인지 육군 대장 계급장을 단 군 시절 사진까지 의정보고서에 담아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경주/jsgol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