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헌 스틸데일리 대표
2015년 한국 철강산업은 과거 수십년간 경험하지 못한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의 길목에 서 있다. 먼저 우리는 이 부분을 인정하고 철강산업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철강경영자들의 역할 분담 및 공조가 시급하다. 철강산업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이 얼마나 분화돼 있느냐가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특히 철강산업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철강산업의 경우 고도성장기의 정부의 역할은 막강했으나 2000년대 이후 성숙기에 접어들며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시장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 생산설비의 경직성, 높은 가동률에 의존하는 원가경쟁력 등으로 인해 한국 철강산업은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러한 후퇴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만 한다.

한국 철강산업의 후퇴를 지연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로는 △수입규제 강화 △감산지원 △퇴출지원 △경쟁구도 균형 등 크게 4가지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한국 철강시장은 중국산 비중이 급증하면서 내수업체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비대함이나 한국 철강산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고려한다면 한국 철강산업은 더 강한 보호가 필요하다. 철강은 기반산업이기 때문에 철강이 흔들리면 전후방산업과 한국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부는 직간접의 품질 및 무역규제를 통해 한국 철강시장의 보호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두번째로 철강업체들의 감산에 대한 정부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감산은 철강산업 사양화를 억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감산정책은 철강업체 간의 협력과 공조에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국내시장에서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 주요기관인 공장거래위원회 등에서 감산정책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철강사간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

셋째로 정부는 기업회생보다는 철강사 설비퇴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철강설비는 특성상 퇴출비용이 높고, 지역이나 노사, 환경 등 기타 사회적 비용까지 유발하게 된다. 이는 결국 정부의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설비 매각 시 인력과 금융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사양화 길에 접어든 철강산업에 대해 최소 산업규모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국내 철강산업 기반이 너무 많이 무너지면 수입 협상력이 떨어져 철강 수요산업의 경쟁력이 빨리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산업 안정성을 감안하는 차원에서 철강산업의 후퇴속도를 조절하여야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구도를 유지시키는데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국내 철강산업은 과거 포스코 독점적 시장구조에서 현대제철의 진입으로 복점적 시장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복점적 시장구조는 산업의 후퇴를 지연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며, 만약 한 기업이 무너지면 산업의 후퇴속도는 더욱 빨라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이 복점적 시장구조를 위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산업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위기극복 경영자 전략은 `공조와 통합`

이러한 정부의 역할과 함께 철강경영자들과 정부의 공조가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철강경영자들의 경영전략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국내 철강업체들은 투자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는데 치중해왔으나 투자는 공급과잉을 유발한 뿐만 아니라 시장적응속도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들은 기존의 투자 중심의 전략에서 탈피해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부문간 통합전략이 필요하다. 생산의 유연성을 통해 구매 생산 판매를 통합하고, 통합의 과정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는 경영자의 역량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한국 철강업계의 위기극복 키워드는 통합과 공조다. 통합을 통해 시장적응속도를 높여야 하며, 공조를 통해 후퇴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철강사간의 공조 없이는 감산도 어렵고 연착륙도 어렵다. 따라서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철강사 최고경영자가 전사적 전략을 기반으로 통합과 공조를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