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선 스틸데일리 편집국장

□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

지난해 국내 철강산업은 중국이라는 복병(伏兵)을 만났다. 이에 지난해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경영실적은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부진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과거 20% 수준에서 지난해 한자리(7.8%, 3분기 누계) 숫자까지 하락했다. 국가 기반산업인 철강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출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의 철강재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철강재 수출량은 972만t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월 철강 생산량이 550만t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한국의 철강 생산량 보다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철강재 수출량 증가는 국내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초 중국산 열연의 국내 유통가격은 t당 65만원(이하 SS400 기준)에서 연말 t당 57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1년간 t당 8만원 수준의 하락을 기록한 것. 열연 제품은 그나마 국내 공급사가 포스코 및 현대제철로 국한돼 있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을 줄일 수 있었다. 건설용 철강재의 대표 제품인 철근과 H형강은 이 기간 동안 t당 10만원 이상의 하락을 기록했다.

□ 세계 철강시장 붕괴 원인

철강재는 제품의 특성상 비슷한 원가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고로의 경우 원자재인 철광석 용해해 쇳물을 만드는 기술은 전세계 어느 국가나 동일하다. 생산과정에서 원가절감을 감안해도 가격차를 보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는 다른 국가에 비해 최소 50달러 이상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급강 수출장려정책을 악용한 `짝퉁` 제품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한 것은 1985년부터이다. 이후 중국의 수출장려 정책은 관리법 개정을 통해 변화돼 왔다. 빌릿의 수출환급세가 폐지된 것은 2005년이며, 이후 중국 정부는 고급강 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특수강 등은 품목별로 수출환급을 9~13%까지 적용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고급강 수출장려정책을 교묘히 이용한 저가 제품이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열연제품에 보론을 극히 소량 첨가해 특수강으로 둔갑해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정부는 고급강 철강재 수출로 인정해 수출가격의 9%를 환급해 준다. 예를 들어 국제 열연가격이 t당 500달러라고 가정해 보면, 특수강으로 둔갑한 제품은 t당 45달러를 중국 정부로부터 환급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 메이커들은 t당 455달러에도 수출이 가능한 구조를 갖게 됐다.

□ 철강시장 `2014 데자뷰` 우려

올해 철강시장이 작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철강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움직임이다. 중국 철강산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변수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크게 정부정책이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거시변수와, 생산량과 수출량, 철강사 수익성, 재고상황, 자금사정 등 단기변수, 철강업계 구조조정 등 장기변수로 나눌 수가 있다. 여기서는 단기변수만 살펴보기로 하겠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중국은 쏠림 현상이 심하다. 정부가 긍정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일단 메이커는 생산을 늘리고, 유통은 사재기부터 한다. 과거보다는 이러한 경향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정부정책에 따라 생산과 가격이 춤을 추는 것은 여전하다.

두 번째는 생산량이다. 중국과 한국은 단일시장이 됐다. 중국의 설비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문제는 그들의 의식이다. 강철공업협회 회원사 2/3가 적자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생산을 늘리고 있고, 국내 메이커가 가격을 올려도 중국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인상이 힘든 상황이 됐다. 과잉 때문이다. 올해에도 중국 철강사들의 투자가 지속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수출량이다. 중국 철강재 수출은 매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월 수출량이 1천만t을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수 부진과 치열한 가격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 상승은 더 없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수출과 관련해서 최대 변수는 최근 소문이 돌고 있는 수출환급세(일명 퇴세율) 폐지 여부다. 이 부분은 중국정부의 의지와 일관성의 문제라고 본다. 가령 각종 환경규제 강화에다 퇴세율까지 없앤다면 내수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 단, 철저하게 시장에 맡기고, 죽어가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그러나 필자 생각으로 아직 이렇게까지 시행하기는 시기상조다. 다시 말하면 수출세 환급 폐지와 함께 수출세 부과도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자국기업에게도 숨통을 틔워 주고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관련한 마지막 변수는 자금사정이다. 중국 역시 시중에 돈은 많이 풀었는데 개별 업체는 늘 자금부족에 아우성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가 과거처럼 경기를 부양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년도에도 중국 철강사들의 부도소식은 심심치 않게 듣게 될 것이다.

□ 2015년 철강경기 변수 요인

올해 철강시장의 전망이 먹구름 일색이지만 변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원자재 가격과 환율의 영향은 국내 철강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코크스 가격이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철강원료 가격이 약세다. 현재 철광석 약세 배경은 ◆중국 내 충분한 수입재고가 있었고 ◆중국내 철광석 및 석탄 생산 증가 ◆투기자본(Hot Money) 이탈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면 향후 원료가격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중장기적으로 공급량 증가에 따른 약세를 예상하는 쪽이 많지만 단기적으로는 철광석 및 코크스는 내년 1분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지나친 하락 ◆이로 인한 중국 생산량 감소 ◆이에 반해 조강생산 증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오른다 하더라도 철광석 기준으로 t당 120달러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스크랩 역시 최근 미국 동부지역 폭설에 따른 수집에 차질이 조만간 성수기 물량 분 계약 시점과 맞물리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불확실한 전망과 부진한 수요 회복, 자금 사정 등으로 인해 420달러 이상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환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수입하는 측면에서는 최근 원화 약세(환율 상승)이 반가울 리 없지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환율과 관련해서 유념해야 할 대목은 원/달러뿐만 아니라 엔/달러, 위안/달러의 추이도 살펴봐야 한다. 또 환율을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수입방어 측면에서는 위안/달러화의 추이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의 환율 상승 폭 이상으로 중국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 내수시장에서 중국산 유입량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 철강사들은 해외에 수출을 해야 하는데, 조강생산 대비 수출 비중은 2004년 31%에서 지난해에는 44%까지 늘었다.

문제는 환율하락에 따른 적자 수출과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빈번한 통상마찰이다. 지난해에만 8개국에서 12건의 수입규제 조치가 취해졌다. 세계경기가 확실하게 회복됐다는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는 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더 심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