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좌담회 : 위기의 지역 산업계 돌파구는 무엇인가

포항은 지난 1973년 포항제철소 설립을 시작으로 인구 53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철강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 등 주변국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타격을 받으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제는 하나의 산업만으로는 도시의 경쟁력을 찾을 수 없는 시대로, 포항이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잊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철강산업 이외의 새로운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진단 속에서 지난해 민선 6기 출범 이후 포항의 미래를 위해 가장 많이 논의됐던 뜨거운 이슈거리 중 하나로 `포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꼽을 수 있다. 수많은 전문가는 포항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해 나가려면 산업다변화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경북매일은 2015년 새해를 맞아 각 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포항이 2015년 올 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위기를 극복해나가기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 최고 철강산업 앞세운 선순환 메커니즘 작동
융복합 철강클러스터 발전시켜 경제 이끌어야
창의·혁신 기반 새 경제패러다임으로 강소기업 육성
창업 활성화·일자리 창출 등 기반 마련을
연구 결과물 사업화땐 성공적 벤처기업 육성
전문가의 다양한 지원, 시민들 자발적 참여도 기대

▲ 은호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 은호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현재 포항의 경제상황을 진단하면.

△은호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지난해 포항경제는 국제철광석가격 하락 및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 등에 힘입어 철강대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생산,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고 소폭의 플러스 상장으로 반등하는 등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지역 내 대기업의 수익성 개선추세가 역내 투자 및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 개선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그간의 대내외 환경변화와 철강공급과잉 지속으로 지역경제의 활력은 크게 둔화돼 있다. 요약하자면 최근 포항경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회복에서 괴리가 나타나고 있으며 경제활력이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역 각계에서 신성장동력 혹은 산업다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최병곤 포항상의 회장=지금까지 포항은 철강산업으로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어 왔지만, 철강산업의 국내외 경쟁과열, 성장률 저하 등의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의와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강소기업 육성과 창업활성화가 그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강소기업 육성은 철강산업을 첨단화시킴과 동시에 지역 산업구조 다변화를 위한 시발점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은호성 본부장=포항경제는 역내총생산(2011년 기준)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5%이며 제조업에서는 1차금속제조업이 86.5%를 차지하는 등 철강산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단일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철강일변도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이미 지역경제가 기반을 갖춘 철강산업의 장점을 강화하면서도 편중에서 비롯된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역 산업구조 혁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철강을 기반으로 철강산업과 다른 신성장 제조업 및 서비스업들이 어우러지는 진정한 철강기반 산업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 최병곤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 최병곤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및 산업다변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최병곤 회장=신성장동력의 창출을 위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더 많은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포항의 미래 발전전략 수립에 매우 중요함과 동시에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강소기업 육성은 사회 각 부분의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며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워서 꾸준한 사업추진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포항은 세계적인 대학 포스텍을 비롯해 RIST 등 국내 다른 도시들에 비해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차별화된 R&D 인프라도 가지고 있는 만큼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포스텍, 한동대 출신의 벤처기업 유치와 같은 아낌없는 지원이 요구된다.

포항상공회의소에서도 지역 대기업의 신규 사업을 지역 내에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기술력 있는 유망 강소기업과 연구소를 많이 발굴해 창의력을 지닌 인재들이 지역에서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우선 현재 포항시에서 창조도시를 위한 4대 분과위원회에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특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종합적인 발전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느낀다.

포항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연구 결과물을 사업화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BA(Business Accelerator)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급변하는 환경과 국제화 추세 때문에 성공적인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면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포항테크노파크와 이번에 설립된 창조경계혁신센터에 이런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포스코에는 BA 역할을 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포스코의 자금, 인재, 경영지원, 경험, 국제적 관계 등이 강소기업 육성에 필요하고 포스코도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강소기업들이 필요할 것이다.

△은호성 본부장=사실 포항지역은 이미 산업다변화를 위해 필요한 준비는 상당히 진척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포항경제의 산업다변화에는 절대 원칙이 하나 있다.

즉, 포항지역을 이끌어왔고 앞으로 이끌 최고의 무기는 철강산업이라는 것이다. 흔히 산업다변화니 신성장동력이니 하는 말들을 자칫 오해하며 기존의 철강산업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역경제가 추구해야 할 산업다변화는 결국 철강을 기반으로 하는 풍부한 서플라이체인망의 구성을 통해 지역 내 소재에서 중간재, 최종재로 이어지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철강단일클러스터에서 철강과 연계되는 비철강제조업, 서비스업과의 융복합이 이뤄진 철강융복합클러스터의 산업생태계 조성을 뜻한다. 가장 먼저 지역 내 각계에서 모두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 같다.

 

▲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
▲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

-강소기업 육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고 있는데, 특정 분야를 예로 든다면.

△최인준 원장=한가지 우리 지역이 새로이 집중할 분야로는 IOT(Internet of Things) 기술 등의 ICT 기술을 활용해 환경, 에너지, 안전 친화적이고 서비스업과 융합된 제조업 3.0이라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원전 관련된 기자재 공급 업체와 폐기물 처리 및 해체를 위한 산업도 유치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의 안전과 행복 추구를 위해 당연히 요구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우리 지역에 대대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느낀다.

-포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최병곤 회장=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이 경제계의 화두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기업을 넘어 한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강조해온 포항만의 강점이 있다. 이런 점을 기반으로 기업하기 좋고, 국내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각 계층의 동반자적 협력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은호성 본부장=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국 철강을 기반으로 융복합 클러스터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질적인 측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융복합 철강클러스터로의 발전에 관련된 청년창업을 포함한 기술기반형 창업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다양한 지자체의 산업정책, 연구부문의 기술지원, 금융부문의 금융인프라 확충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정책적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인준 원장=포항은 세계적인 연구 능력을 갖추고 성과를 내고 있고 잠재력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필수 요소가 부족하다. 앞에서 언급한 BA가 그 중 하나이고 더 필요한 요소는 인재이다.

연구 이후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경험, 시장 창출 능력, 경영 능력 등을 갖춘. 아울러, 위대한 조직을 만드는 리더쉽 그리고 통찰력이 필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와 지역사회와 조직에 대한 헌신과 봉사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세계화의 시대지만 많은 위대한 기업들은 지역의 지원으로 성장해 지역에 기여하며 지역에 인재를 유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이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하려면 이런 인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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