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의 산실 대안학교

▲ 포항의 대안학교 한동글로벌학교 학생들이 학예회에서 합창공연을 펼치고 있다.

19세기 서양에서 개발중심의 근대적 가치가 생존경쟁의 가치로 변모하면서 인간의 유대를 단절하고 공동체를 와해시키면서 붐이 일기 시작한 대안교육운동은 1921년 영국의 교육자 닐이 설립한 서머힐스쿨(Summerhill School)이 개교하면서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획일적인 기존 교육제도에서 탈피한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과정과 학습방법 도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입시위주의 억압적인 교육에서 탈피해 보다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대안학교라 부른다. 최근에는 `밥상머리 자녀교육`이라는 단어로 학부모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성교육의 산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안학교의 현실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본다.

한동대 글로벌학교 초·중·생 380명 교과과정 직접 선택
행복생태교육 실천 영천 산자연中, 개교 첫해부터 두각

연간 학비 학교마다 천차만별… 일부 `귀족학교`로 오명
미인가학교, 법적지위 불명확해 학습권침해 경우도 발생

□ 대안학교란

대안학교는 정규 공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의 형태는 크게 인가, 미인가 2개 과정으로 구분된다.

제도권 학생들처럼 졸업할 경우 학력이 인정되는 인가 대안학교와는 달리 미인가 대안학교는 졸업을 하더라도 검정고시를 치러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

대안교육의 각종학교는 특성화중·고등학교에 비해 설립요건이 비교적 쉬운 편이며 교육과정도 국어와 사회 과목의 50% 이수요건만 충족하면 졸업이 가능하는 등 보다 자율성이 보장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의 인가 대안학교는 총 60곳(각종학교 24곳, 특성화중 12곳, 특성화고 24곳).

미인가 대안학교는 제도권 밖 민간교육시설에서 교육을 진행하며 정규학교와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한 교육을 실시하는 비정규 상설 대안교육시설을 지칭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에 미인가 대안학교 170곳에 2천345명의 교사와 6천762명의 학생이 몸을 담고 있다.

이같은 숫자는 조사에 응하지 않은 학교 60여곳을 제외한 것으로 실제로는 230곳이 넘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경북 2곳 대안학교 두각

대구·경북지역에는 대안학교가 총 6곳(각종학교 4곳, 특성화고 2곳)으로 전체의 10%에 이르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대안학교로는 1995년 포항의 한동대학교가 설립한 한동글로벌학교. 외국교수들의 자녀교육을 위해 한동국제학교라는 명칭으로 운영된 이 학교는 설립 후 10여년간 미인가 대안학교 형식으로 운영돼 오다 2011년 3월 교육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현재 초등학생 106명, 중학생 128명, 고등학생 146명 등 총 38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초등학교에 입학할 경우 졸업시까지 12년 동안 재학해야 한다. 수업은 80% 이상이 영어로 진행되지만, 한국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국어와 사회교육은 한국어로 가르치고 있다.

국·영·수를 비롯한 교과 이외에도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교육에도 힘을 쓰는데 중등교육부터는 선후배와 함께 섞여 수업을 하고, 대학처럼 교과를 자신이 직접 선택한다.

경북의 또다른 대안학교는 영천 산자연중학교. 이 학교 역시 교육부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다.

이 학교는 2003년 캠프학교인 오산자연학교로 개교한 뒤 미인가 대안학교의 장점을 살려 10여년 동안 공교육에서 펼치지 못했던 학생 중심의 행복생태교육과정을 계발해 교육하고 있다.

이후 2014년 교육부로부터 대안교육 각종학교로 정식인가를 받은 이후 전교생 30명에 불과한 작은 규모에도 불구, 정식개교 첫해부터 전국 별빛문학제, 화랑문화제, 발명 아이디어 그리기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다양한 만큼 문제점도 많아

대안학교는 그 형태와 종류가 다양한 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미인가 대안학교 중 54곳이 연간 학비가 1천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입학금, 수업료, 기숙사비, 급식비를 포함해 학생 1명이 한 해 동안 부담해야 하는 학비는 평균 620만7천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액수는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연간 수업료 기준인 175만원의 3.5배에 달한다.

더욱 큰 문제는 학교마다 소요되는 학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일부 대안학교는 2천만원이 넘는 고액의 학비를 학생에게 부담토록 하고 있어 `귀족학교`라는 오명을 쓸 정도다. 반면 탈북학생이나 미혼모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은 수업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연간 부담금이 250만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교육부는 지난해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뒤늦게 법 제정에 나섰다.

가칭 `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없이 운영되고 있는 대안교육시설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한다해도 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행정·재정적 지원 불분명

인가 대안학교 중 대안교육 특성화중·고등학교는 전문계 특성화학교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지니기 때문에 대안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반면 학교 지원사업에서도 일반학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부가 지원하는 사업을 신청하는데 적지 않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미인가 대안학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상당수 학교가 학비를 학생들에게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건강 및 안전에 대한 보장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고발생시 학교안전공제회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학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스쿨존, 학교정화구역 지정 등을 통한 학생 안전지원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포항지역의 한 교사는 “대안학교에 대한 법적인 지위가 명확히 설정돼 있지 않아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이제는 대안학교도 제도권 내 학교처럼 명확한 규정과 제도를 마련해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이에 걸맞는 지원책도 강구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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