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시대 맞은 농업웅도 경북의 과제

▲ 쌀시장 전면개방을 앞둔 탓인지 어느해보다도 농민들의 발걸음이 무거웠던 작년 12월의 경북 쌀 최다 생산지인 경주의 정부양곡 수매현장. /사진=경주시 제공

우리 농업이 고령화와 소득 정체 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쓰나미`가 잇따라 상륙, 올해부터 그 영향력을 본격 과시할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우리 농촌은 걱정이 태산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선 농촌과 농민들은 새해가 희망보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경북·대구의 젖줄인 낙동강과 형산강변으로 펼쳐진 대규모 곡창지대에서 2013년 쌀 생산량(논벼 기준) 57만2천166t(면적 10만8천501ha)으로 쌀산업 의존도가 높은 농업웅도 경북. 김관용 지사 체제가 처음 출범한 2000년대 중반부터 농민사관학교를 설립, 미래 농업일꾼들을 길러내는 등 농산물 개방에 발빠르게 대응해 왔지만 숨가쁘게 몰아치는 FTA 파고에는 후대끼는 듯하다. 쌀시장 전면 개방 원년, 경북도청을 경북 땅으로 옮겨 개청하는 2015년 새해를 맞아 경북 시·군 농업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을 점검하고, 활로를 찾아 본다.

구미 원예농단 등 성공사례 보듯
빈틈 해외시장 전방위 공략해야
창의적인 농촌마을 관광지 조성
팜스테이+소비 일석이조 겨냥을

대기업과 상생마케팅 활발 속
고품질 생산 교육·6차산업 등
실용적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절실
늘어난 정부 농업예산도 노려볼만

□ 식량주권 지켜야

1986~1988년의 국내·외 가격차만큼 관세를 설정하고 해당관세를 납부할 경우 쌀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FTA에 따른`쌀 관세화`, 즉 쌀시장 개방은 이미 1994년 UR협상 타결 때 예정된 것. 이제는 경쟁력 확보책을 마련, 착착 시행해 나가는 것 만이 능사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거대 경제권과 FTA가 발효된 데 이어 작년 말 한국-중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FTA로 농업과 농촌의 재발견이 필요한 때라는 얘기다.

의식주(衣食住) 중 근본이요, 으뜸이어서`1차산업`으로 분류해 놓은 농업(食)을 결코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로부터 금강산도 식후경, 배 부르고 등 따뜻한 것이 제일이라 한 것은 그만큼 먹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요한 `가치`를 놓아버리면 식량주권을 상실, 결국에는 나라 경제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광역·기초단체는 FTA에 따른 농업 부문 피해 최소화를 위한 `골든 타임`에 촘촘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 농업 수출단지 육성해야

FTA 생존 전략 중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수출이다. 방어만 하다 보면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결국에는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시장 개방이 현실화되면 국민들의 식품 소비는 한정된 가운데 수입이 늘어나니 국내 생산은 거의 상한에 다다른 `천장효과(ceiling effect)`를 나타낸다. 결론은 한정된 국내시장을 탈피,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빈틈 있는 해외시장을 찾아 전방위 공격을 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양질의 실탄 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

우선 농식품부는 지자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적정 품목을 선정, 수출단지화하고 이를 가공·생산할 수 있는 농기업의 조직·육성책을 만들어야 한다. 10여년 전에 구미시가 화훼 수출단지로 조성한 `구미원예농단`이나 전북 김제의 파프리카 생산자들이 설립한 `농산무역`은 좋은 성공사례다.

나아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더 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을 포함하는 재계의 협조도 이끌어내야 한다. 공산품 수출에 성공한 기업들의 경영 정보·노하우와 해외 유통망이 농산업에 접목·원용되면 훨씬 빠른 시일 내에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주 배·포도, 청송 사과 등 지역 농산물들이 나름대로 수출 길을 열고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만큼 우리 농업도 자신감을 갖고 중국·동남아 등 해외 유망시장을 적극 공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는 농식품 수출 때 복잡한 원산지 증명 문제를 앞장서 해결해 주고 현지 정보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현지 대사관 등을 통해 수시 파악, 제공하는 등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우리 농식품의 경우 사계절이 뚜렷한 등 기후와 토질 영향으로 그 품질이 세계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많지만 오렌지, 포도, 자몽, 바나나 등의 기세가 눌려 외국인들에게 우수성을 인식시키는 홍보 등에 소홀한 실정이다.

□ 농촌의 스마트화

지구 전체가 여전히 식량난을 겪고 있는데다 세계시장에 `곡물 파동`의 불안이 잠재하고 있어 농촌과 농업은 `좌절`이기도 하지만 `희망`임이 분명하다. 농촌의 번영을 위해서는 관련기술의 고급화와 창의적인 아이디어, 과학기술, ICT를 접목해 농업과 농촌을 스마트화하는 작업이 급선무다.

농산물 생산을 넘어 체험 관광 등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전략도 필요하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라 민박집에서 아침식사 제공도 가능하므로 농촌 관광 활성화가 기대된다. 문화·경제논리로 농촌과 농업 문제를 푸는 방법도 있다. 지역의 명소와 농산물을 스토리로 엮어 홍보하고 `팜스테이`하면서 소비도 하는 형태로 농촌마을을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영주시가 구상중인 치유농업은 눈여겨볼 만한 아이템이다. 우리 사회의 화두인 `힐링`을 농업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2017년까지 아지동 일원에 한국치유농업인증본부를 비롯해 동물치유센터, 명상치유센터, 장애인과 약물중독자 치유를 위한 재활치유시설, 치유산책로, 오감정원 등을 갖춘 국립녹색농업치유단지 조성을 통해 치유농업을 선점하고 인근 친환경생태체험단지와 연계, 과일·채소·축산물 등의 판매수입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 대기업과 손잡고 창조농업 이뤄야

현재 농촌과 연관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농업과 농촌으로 끌어들여 동반성장과 함께 경쟁력을 높여 관련산업을 대도시와 해외까지 확대, 농업의 창조경제를 이뤄내야 한다. 이미 CJ제일제당·아모레퍼시픽·롯데마트 등은 농촌과의 상생협약을 한 상태로 후속 기업들이 잇따라 `신토불이`사업에 뛰어들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 ㈜신세계푸드가 청송의 농특산물 유통과 한식메뉴 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MOU(양해각서)를 맺었다는 희소식도 있다.

여기에다 작년 9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를 출범시키고 기업-농업의 상생 협력과 수요 파악, 참여 확산을 추진 중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식품부·대한상공의원·aT·농협 관계자들로 구성된 본부는 그동안 기업과 농업계가 맺은 협약 이행 상황 점검과 제도 개선 추진에 나서며 실제적 상생의 확산을 목표로 농업 부문과 기업이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등 다양하고 심층적인 협력 방식을 발굴하는 한편 발전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한다.

기업이 농산물 포장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대신에 소비자는 광고가 붙은 농산물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농협의 `상생마케팅`도 좋은 아이디어다. 지난해 11월부터 감귤로 시작해 양파, 참외 등 12월 말까지 모두 59개 기업이 참여해 34억4천900만원의 광고를 유치하는 성과를 내며 농산물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도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실용 영농교육 지속돼야

한-중·칠레·뉴질랜드 FTA 타결 등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바로 교육이다. `알아야 면장 한다`는 말처럼 국내·외시장의 미래를 보고 비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요즘, 농업도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지고 만다.

따라서 해마다 1월에 시·군농업기술센터 직원이 총동원돼 실시하는 마을 현장교육에 사전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고경쟁력 작목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전달하는 한편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듣고 해소하려는 노력을 농관학이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새해에는 종전의 생산 기술과 농정 시책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탈피, 고품질 생산 교육과 함께 FTA 등 국제정세, 농업마케팅, 6차산업, 기후변화 등 실용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적용돼야 한다. 그래야 농업인들이 사비를 들여 벤처농업교육 등을 받는 부담을 덜 수 있다.

□ 정부의 예산을 살펴, 활용하라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 및 기금의 지출 규모는 14조431억원. 작년보다 4천60억원(3.0%) 증가한 수준으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시장 개방 대응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재원이 추가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농식품 미래성장산업화 기반 구축(7천705억원)=농업생산과 가공·유통·관광 등을 연계한 농촌융복합산업, 산지축산형농장 등 6차산업 활성화에 868억, 농식품 생산·유통·소비 등의 ICT 융·복합에 323억, R&D에 2천242억, 생명산업에 568억 △농식품 경쟁력 강화(3조6천180억원)=이모작 직불금 인상, 농지 규모화를 위한 농지 매매 단가 인상,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 △농식품 분야 안전·안정 지원(1조4천225억원)=농업재해보험, 농업인안전재해보험과 AI 등 가축질병관련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쌀고정직불금 ha당 90만원→100만원으로 인상, 밭농업직불금 적용품목 종전 26개(ha당 40만원)에서 잡곡·채소·과수 등 밭작물 전체 품목으로 늘려 ha당 25만원씩 지원. 14개 정책자금 금리 인하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육성(3천437억원)=장류·전통주 등 전통식품산업과 6차산업화 촉진에 125억, 농업과 식품산업 연계에 27억 △산지 유통조직 물량 확보와 계약재배 자금 융자, 수급조절·물가안정에 6천480억원 등이다.

□ 경북도 시책은

경북도는 농어업FTA대책특별위원회 구성, 현안별 T/F(10개)팀 가동, 도지사 직속 FTA정책자문위원회 발족, 농민사관학교를 통한 농어업 미래인재 양성 등 농어업FTA에 대한 각종 자생력 강화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농민사관학교 교육지원 42억원 및 청년리더 양성 5억원 투자 △농어촌진흥기금 1천790억원 조성 △농어촌진흥기금 조성 목표 100억원 등의 계획을 세웠다.

또 유통 혁신을 위해 통합마케팅조직 육성 50억원, 산지 유통시설 확충 326억원, 직거래 활성화 5억원, 6차산업 활성화 121억원, 전통식품 경쟁력 강화 5억원, 경북형마을영농 육성 4억5천만원 등을 반영한 가운데 친환경농산물 생산 거점 육성 36억원,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200억원, 밭기반 정비사업 97억원, 한우고급화 지원 42억원, 농산물 수출생산기반 조성 91억5천만원, 해외시장 개척 지원 12억원도 편성했다.

/황재성기자 jsgol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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