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웅 자치행정2부

1616~18년 사이 우리나라에 첫 입성한 담배는 5년 만에 조선 전체로 확산됐고, 인조실록은 일명 `남령초`라며 끊을 수 없는 요망한 풀, 즉 `요초`라 기록했다.

조선 중기 한문 4대가인 장유는 담배를 처음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담배 예절이 없었던 시절이라 어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장인에게 혼쭐이 났지만 그럼에도 장유는 “누가 이 신비로운 약제를 전했는가” 했을 정도로 오랜 세월 담배 예찬론은 이어졌다.

정조시대 명재상 채제공은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새파란 유생들에게 “담배 좀 끄라”고 지적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오늘날 길거리나 골목에서 담배 때문에 청소년들을 훈계하다가 봉변을 당하는 분위기와 사뭇 닮아 있는 모습이다.

조선을 물들인 담배는 당시 임금조차 지독한 골초로 만들었다.

정조의 담배사랑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담배를 치국의 도로 삼는다며 “조선을 담배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포까지 했다.

이렇게 이어져 온 담배가 최근 가격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영향에 힘입어 금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북도내 지자체 보건소 금연클리닉 부서마다 상담자들이 크게 증가할 정도로 금연분위기 확산이 거세다.

최근 안동시보건소 금연클리닉 부서를 찾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544명에 불과하던 것이 올들어 925명으로 58.8%나 늘어났다.

경북도 전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4천191명이었던 것이 올해 6천492명으로 54.9% 증가했다.

이러한 금연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에다 금연구역 확대, 새해 새 각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금연클리닉 운영예산도 증가했다. 안동시의 경우 올해 기준 예산은 1억여원 정도에 그쳤으나 내년에는 2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책정했을 정도다.

어쨋든 금연클리닉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난 사실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담배 연기 속에 4천여종의 독성 화학물질과 20여종의 발암물질이 함유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백해무익의 담배, 이참에 주저 없이 아예 끊자. 각오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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