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죽도시장 `수제비골목`

▲ 수제비골목의 대표메뉴인 칼수제비. 다진 청양고추와 양념장, 김가루를 넣어 한 그릇 먹고 나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 수제비골목의 대표메뉴인 칼수제비. 다진 청양고추와 양념장, 김가루를 넣어 한 그릇 먹고 나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장터야 말로 극장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배우이며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관객이다. 살아있는 삶의 현장이 곧 극장 아닌가”

서울시극장단 이태주 회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장터를 `또 하나의 극장`으로 소개했다. 장터에서 펼쳐지는 각종 장면들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분주하고 복잡하지만 그 속에서 사랑이 꽃피고 온정이 넘쳐난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포항의 얼굴인 죽도시장의 한 골목 어귀에 장터를 대표하는 손맛 달인들이 모여 수제비골목을 만들었다. 이미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져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코스로도 자리 잡았다.

수제비골목에 도착하면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주인은 다르지만 메뉴와 서비스는 같기 때문이다. 주방이 훤히 드러나 메뉴를 조리하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다. 수제비 뜨고 국수 삶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다들 이 바닥에선 몇 십 년씩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들이다.

 

▲ 곳곳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죽도시장 수제비골목에 사람들이 모여 둘러 앉아 있다.
▲ 곳곳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죽도시장 수제비골목에 사람들이 모여 둘러 앉아 있다.

천장에 매달린 수제비골목 안내판은 메뉴판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손수제비와 국수, 칼수제비로 총 3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손수제비와 국수 둘 사이에서 고르기 어렵다면 일면 `섞어`로 통하는 칼수제비를 선택하면 된다. 한 그릇에 칼국수와 수제비를 반씩 담아 내 두 가지 메뉴를 함께 맛볼 수 있어 손님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양념장과 청양고추 등을 입맛대로 골라 넣어 먹으면 된다. 구수한 멸치 육수와 반죽을 얇게 떠 야들야들한 수제비,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포슬포슬한 감자가 박자를 이룬다. 면은 굵지 않고 가늘고 길어 보드랍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심심한 수제비와 잘 어울리는 새콤한 깍두기는 아삭하게 씹히며 감칠맛을 더한다. 냉면 그릇 한 가득 양이 푸짐한데 가격은 3천500원으로 저렴하다.

시민 강미란(47·남구 상대동)씨는 “장을 보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면 자꾸만 수제비 생각이 떠올라 아쉬워져 시장에 들르면 꼭 따뜻한 국물이 담긴 칼수제비를 맛본다”며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간단한 요리이지만 훈훈한 장터 분위기에 평소보다 입맛이 더 당긴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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