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다중시설 등 빈발
영세 보수업체와 위탁계약
사고땐 늑장출동 시비도

최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승강기 고장 사고에 이어 보수업체들의 늑장 출동 시비가 말썽을 일으키는 등 안전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 포항 북구 우현동의 어울림아파트 단지에서는 25층 고층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9층에서 고장나 멈춰서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등 한바탕 소동이 발생했다. 저녁 9시께 멈춰선 승강기는 45분께 아파트관리실에 신고가 접수돼 9시 47분 유지보수업체에 고장수리 요청이 통보가 됐다. 하지만 수리기사가 도착한 시간은 33분여가 지난 10시 20분. 쌀쌀한 날씨 속에 분통이 터진 주민들의 항의에 당황한 기사는 “터미널 근처 사무실에서 이동하는 동안 교통정체 때문에 늦었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관계 법령이나 계약조항에는 승강기 고장 시 보수업체의 출동시간에는 제한이 없다. 포항 북구 장성동의 한 공동주택관리사는 “통상 20분 이내 출동을 기준으로 할 뿐 정해진 시간은 없다”면서 “최근 아파트 마다 관리소장들이 주민과 업체의 사이에서 승강기 민원에 따른 고충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지적처럼 특히 겨울철은 낮은 기온으로 인해 설비 고장은 물론 대형쇼핑몰이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용도 늘어 승강기 사고가 빈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승강기 제어장치는 민감한 전자부품이 많고 기계실이 대부분 건물 옥상에 설치돼 기온 급강하로 인한 고장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승강기 틈새에 눈뭉치나 흙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계실을 영상 5도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승강기 사고가 잦아지면서 119구조대의 출동도 증가하고 있다. 23일 경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관련 사고로 인한 도내 구조인원(건수)는 2011년 320명(236건), 2012년 353명(255건), 2013년 399명(297건)에 이어 올해는 이미 지난 11월말까지 457명(317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에 대해 본부의 한 관계자는 “승강기 관련 구조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자치회가 승강기 제조업체가 아닌 군소업체와 저가에 유지보수 위탁관리계약을 맺고 있는 실태와 관련성이 크다. 한 아파트관리소장은 “제조사가 직접 유지보수를 하면 부품 조달 등이 쉬워 고장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기술력이 낮거나 보수 기사의 수가 적은 영세업체와 덤핑계약을 하다보니 지연 출동 등 문제가 늘고 있다”면서 “업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 실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윤경보기자 kb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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