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다 원룸서 숨진채
“아버지 보고 싶다” 글 남겨
가족들은 무연고 처리 요구

가족과 떨어져 쓸쓸히 혼자 지내던 50대 여성이 연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가족이 `무연고 처리`를 요구한 씁쓸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8일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8시10분께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 원룸에 살고 있던 L씨(51)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L씨는 방안에 연탄 화로를 피워 가스연기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발견 당시 시신의 부패가 진행된 것으로 미뤄볼 때 최소 일주일 이상 방치되다 원룸 관리인에게 발견됐다.

조사결과 L씨는 행적이 묘연한 남편을 포함해 오랜 기간 동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오면서 우울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 안타까운 사연은 가족의 반응이다. 경찰이 8일 유가족에게 L씨의 죽음을 알리자 그들은 “무연고 행정처리 해달라”는 말만 남긴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결국 숨진 L씨는 유서 형식의 메모지에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내용의 글만 남겨둔 채 차가운 겨울 방에서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았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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