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중앙상가 카페 `사랑싸개` 박원호 대표

▲ 중앙상가 카페 사랑싸개 박원호 대표. 청년 시절 방황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내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를 자처해 활동 중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나를 통해 누군가 닮고 싶다라는 희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 자신이 가장 `촌스러워져야` 합니다”

모자를 눌러쓴 박원호 중앙상가 카페 `사랑싸개` 대표는 큰 눈만큼이나 손짓도 크고 웃음소리도 화통했다. 20대 점원들을 `친구`로 소개하며 서로 부등켜 안던 그는 “같은 비전을 갖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사랑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자주 꾸짖고 큰 소리도 내지요. 그래야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화해카페 운영하며
청소년 멘토로 활동
따뜻한 사람되고파

-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뭐라고 불러야 하나.

△정확하게는 `원장님`이라고 불러 주길 원한다. 주로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커피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카페라는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왜 커피인가.

△커피는 소통의 가장 중요한 도구다. 밥 한 끼 먹자는 말보다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이 더 따뜻하고 가까운 느낌을 전한다.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교감할 수 있다. 커피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화해카페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은 마음 속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다. 주위에서도 왜 사람들의 아픔을 건드리려고 하느냐며 말렸다. 화해는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 자존심을 너무 세우려고만 한다. 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억지로 참는다. 욕심을 버리고 한 발자국만 다가가면 별 것 아닌 일인 것을.

-학생들 사이에서도 `친구`로 유명하다.

△청년 시절 서울에 잠시 머물면서 멘토의 중요성을 느꼈다. 화려한 스펙이 없던 나를 누구 하나 관심 가져주지 않았다. 그러나 남의 탓을 하면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미래가 없다는 깨달음이 얻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가 되고자 마음을 먹고 포항으로 내려왔다. 카페에도 유난히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제재하지 않는다. 차라리 카페에서 떳떳하게 행동하길 원한다. 뒤에서 숨기고 더 나쁜 행동을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청소년들에게 특별히 애정을 쏟는 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어른들을 점점 믿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 이후 더 심해졌다. 어른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도 경험한 것처럼 아이들을 타이르고 꾸짖는다. 진심이 담긴 잔소리인지 아이들은 대번 느낀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자 나부터 앞장서서 행동한다. 아이들의 삶을 내 인생처럼 소중하게 여긴다.

-멘토로서의 사명감은.

△나에게 이야기를 꺼낸 그 순간이 상대방에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청소년부터 부모들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희망을 전하는 기쁨이 있다. 바라는 것 없이 주는 기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포항 시내 상권이 점점 침체돼가고 있다. 중앙상가 내 상점들이 하나 둘씩 영업을 접고 떠나고 있다. 다들 떠나가는 시점에 나는 이곳에 발을 들여 새로운 시작을 했다. 포항이라는 도시에 사랑싸개라는 카페가 가슴 따뜻한 선물이 되길 바란다. 이곳에서 사랑이 피어나고 희망이 펼쳐지고 온기가 나눠지길 꿈꾼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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