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불법포획 사건처리 `해경→육경→해경` 옮겨가며 갈팡질팡
명확한 분담기준 없어 비효율성 가중돼… 치안공백 우려 수준

해양경비안전서와 일선 경찰서가 한 사건 처리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9시20분께 포항해양경비안전서 구룡포안전센터 경찰관들은 불법 어획물 운반 의심차량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주차량을 발견했다. 이미 운전자는 달아난 상태였지만 차량에는 불법포획된 대게 18상자(900여 마리)가 실려 있었다.

대게 불법 유통 현장을 적발한 해경은 수사권 이전에 따라 포항남부경찰서 구룡포파출소로 사건을 넘겨 수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구룡포파출소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업무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을 다시 해경으로 넘겼고 결국 초동 수사를 했던 해경이 다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 사건이 해양경비안전서와 육상경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던 치안 공백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포항해경 상황실과 포항남부서 상황실이 조율해 해경에서 맡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아직 명확한 업무 분담 지침이 없고 육경이 해양 관련 사건 처리에 미숙한 상황이라 해경이 사건을 맡았지만 이같은 일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초동수사권만 가진 해경은 그동안 해왔던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이같은 일이 계속 벌어질 경우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그동안 해경의 사건은 대부분 파출소에서 시작돼 신고 접수, 첩보, 잠복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며 “지금까지의 업무만 해도 바쁜 육경이 해경의 업무까지 떠맡게 되면 해양 관련 사건 처리와 치안 공백이 생길 것은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초동수사권을 제외한 수사권이 사라지며 나타나는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해경의 기존 수사권이 제한되며 실질적인 공권력 약화는 초래는 물론 단속 및 계도과정에서의 현장조치 실효성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단속과 행정처분의 분리, 초동 현장조치와 수사의 분리로 행정적·시간적 비효율이 가중된다. 뿐만 아니라 해양에서의 현장 단속시 수사권 부재로 인한 직접 단속사항 외에는 추가 범죄사실에 대한 현장 조치가 어렵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중대 위법사항에 대한 수사 허점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발생한 사조산업 501 오룡호 침몰사고로 해상 발생한 사건·사고의 수사 주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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