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통독과 함께 독일의 수도가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긴지도 25년이 흘렀다. 장벽이 무너진 지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의 베를린은 활기찬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베를린이 저절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정부가 베를린 시민과 줄기차게 소통하며 인적, 재정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미래의 설계와 함께 나아가는 동시에 과거를 복원해 나가는 대목이다.

베를린의 변모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의아해 할 사람이 많겠지만 베를린에는 아직 이렇다 할 국제공항이 없다. 통독 전 베를린은 동독 영토 안에 있었기 때문에 국제공항을 건설하지 못했다. 베를린지역에는 쇠네펠트, 테겔, 템펠호프 등 세 개의 공항이 있지만 입지와 시설이 좋지 않아 늘어나는 항공 수송 규모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베를린 국제 신공항(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신공항)건설은 통독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부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길고 지루한 논란 끝에 2006년에서야 착공됐다. 최근 독일 언론들은 베를린 신공항은 빨라도 2017년 이후에야 개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돼 개항 예정일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에 시민들에 의해 신공항건설이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다. 체크인에서부터 수화물 운반, 보안 검사와 탑승까지 항공 여행의 전 과정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화재 경보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견된 것이다. 점검에 점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신공항 건설로 기존의 템펠호프 공항은 2008년에 일찌감치 문을 닫았는데 베를린 시 당국의 재개발문제가 부상했다. 미국 센트럴파크와 맞먹는 규모의 공항부지가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따라 베를린의 면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베를린 당국은 베를린시민과 소통했다. 옛 공항 부지를 주택개발 등으로 추진하려던 베를린 당국은 최근 시민들이 공원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시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재개발계획을 수정했다. 이러한 재개발계획 수정은 템펠호프 자유(Tempelhofer Freiheit)의 승리로 불리기도 했다.

베를린 곳곳에는 이처럼 시민과 소통한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베를린 도심의 타켈레스(Tacheles)건물이 있다. 2차대전 이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계속 전쟁으로 인한 폐허로 방치된 건물이었다. 그러나 1990년 예술인의 무단 점거로 문제의 건물의 운명은 달라진다. 市당국의 강제퇴거와 소통한 지금은 예술가들의 살아있는 아지트로 재탄생했다. 현재 다국적 예술가 60여명이 도심의 훌륭한 문화공간을 일궈내고 있다.

우파파브릭 (Ufafabrik)도 좋은 예다. 우파(Ufa)는 1920년대 성업했던 영화사이름이다. 베를린이 분단되면서 버려진 공간으로 됐다가 1978년부터 젊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이 공간에 모여 새로운 대안적 공동체를 위한 실험들이 시도 되면서 생명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市당국과 마찰이 있었지만 소통에 성공한 결과다. 지금 고층빌딩들에 둘러싸인 전원마을로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회색 도시 안의 녹색 오아시스인 셈이다. 우파파브릭은 예술, 주거, 교육 등 삶 전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실험하는 `커뮤니티`이기도하다. 도시는 길게 보면 언제나 변화하고 문명화하는 법이다.

오늘부터 안동·예천 도청신도시본부가 선발대 격으로 신청사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역사적인 신도청시대가 열리게 됐다. 신도청 신도시의 미래는 끓임 없는 시민과의 소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마침 경북도가 `제7회 대한민국인터넷소통대상` 공공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단순 방문 수치보다는 SNS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통지수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는 경북도 권영길 대변인의 말처럼 더욱더 분발해 신도청 신도시의 미래를 소통의 독일 베를린처럼 시민과 함께 성공적으로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