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한 학원 응시생 합격률, 전국평균 3배나
“성적 우수생 앞뒤 배치 서로 답 보여줘” 제보

지난 26일 포항제철중학교에서 실시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진상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모 학원이 수험생을 한 교실에 배치되도록 해 같은 학원의 응시자들이 서로 답을 보여주는 등의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

이같은 부정행위가 있었던 교실에서 시험을 치렀다고 밝힌 한 제보자는 “학원을 6개월 이상 다니다 보면 합격자 윤곽이 드러난다. 평소 우수한 성적을 보인 수험생이 같은 학원 출신 수험생에게 답을 보여줬다”며 “A형과 B형 문제가 따로 있긴 하지만 학원에서 수험생을 교묘히 앞뒤로 배치해 OMR카드에 답을 크게 써 옆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공기업 등 공공기관 관계자 가운데 위촉된 감독관 2명은 부정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당 학원 원장은 “시험을 치를 때 아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학원생들을 위해 밤 12시까지 밤샘작업을 하더라도 전산프로그램에 접속해 직접 단체접수를 해주고 있긴 하다”며 “하지만 좌석배치도가 입실시간 20분 전에 공개되기 때문에 몇 문제를 베끼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모든 문제를 다 베끼는 정도의 부정행위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중개사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의 한 사무관은 “전국에서 아직까지 관련 부정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수험생들이 나란히 접수하더라도 좌석 배치는 서로 떨어지게 배치하는 등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부정행위를 예방하는 다양한 방안이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직접 시험을 치른 수험생과 학원 측이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6일 현재 해당 학원의 접수 인원 90여명 중 57명이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이번에 중개사 시험을 치른 사람에게 직접 부정행위가 있었으며 (발표 이전에)`이미 합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몇 문제가 됐든 간에 국가자격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내년에 이 학원에 등록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제25회 공인중개사 국가자격시험에는 모두 18만여명이 응시해 최종합격률(2차 시험)은 19.6%로 나타났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위탁받은 공단은 부정행위를 한 응시자에 대해서는 그 시험을 무효로 하고, 처분이 있는 날로부터 5년 간 시험응시자격을 정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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