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용흥동
`할매식당`

▲ 큼지막한 무 위에 두툼한 갈치를 올린 갈치조림.
▲ 큼지막한 무 위에 두툼한 갈치를 올린 갈치조림.

할매식당 간판에 진짜 `할매`사진을 떡하니 붙여 내걸었다. 단출한 건물외관이 `나 맛집이오`하며 인사한다.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문 앞에 몇몇 의자를 두었다. 지난해엔 없었던 의자들이 그새 얼마나 찾아오는 발길이 늘었는지 말해준다.

진정한 맛집답게 메뉴는 오직 단 하나, 갈치정식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몇 분이세요?”라는 물음과 함께 자동으로 주문이 접수된다. 그만큼 테이블 세팅도 빠르게 진행된다.

주인공인 갈치조림이 등장할 때까지 조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반찬 가짓수가 제법 많다. 이쯤이면 다 나왔겠지 싶어 젓가락을 들면 금세 또 다른 반찬이 등장한다. 시금치무침 등 각종 나물은 물론 콩잎에 물김치, 밥식혜까지. 입맛 돋우는 색감 자랑하며 테이블 위에 나열된다.

반찬들 모두 금방 만들어 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갓 구워 낸 명태전을 입김 불어 식힌 뒤 한 입 베어 물면 통통한 생선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방금 볶아 낸 잡채에 이어 노릇하게 구운 가자미구이까지. 눈, 코, 입 모두 즐거워지는 순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짜 빛나는 조연은 접시 위에 무심한듯 누워있는 양념게장 한 마리. 게장만 따로 포장해 판매할 정도니 그 맛은 이미 보장돼 있다. 비닐장갑을 끼고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 뒤 몰캉한 속살을 한입에 쏘옥 넣는다. 밥도둑이 아니라 아예 밥솥도둑이다.

 

▲ 갈치조림이 유명한 포항시 용흥동의 할매식당.
▲ 갈치조림이 유명한 포항시 용흥동의 할매식당.

무와 파, 게를 넣어 얼큰하게 국물을 우려 낸 동태탕도 빼놓을 수 없다. 하얀 속살 보이는 동태의 살을 발라 국물과 함께 떠먹으면 내 속살까지 시원해진다. 젓가락 끄는 조연들이 많아 주인공이 잊혀질 정도.

그 사이, 무를 이불 삼아 깔고 동강낸 갈치를 올린 오늘의 주인공이 뜨거운 김 씩씩 내뿜으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두툼한 갈치 살을 발라 무를 곁들어 먹고 나면 도대체 이 맛의 대하드라마가 끝난 뒤 대상을 누구에게 줘야하나 고민이 된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도모(62)씨는 “포항에서 유명하다는 회도 맛보기 전에 내려오자마자 바로 이곳을 찾아왔다”라며 “내가 무엇을 주문했는지 잊을 정도로 요리 하나하나 매료됐다”고 말했다.

(문의 054-247-9521, 매주 월요일 휴무,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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