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가을여행 5選 -⑸안동

▲ 안동시 민속촌길에 위치한 전통고택 리조트 `구름에` 전경. 계남고택·칠곡댁·팔회당재사·감동재사·서운정·청옹정·박산정 7채가 숙박공간이다.

가을 끝자락. 언제부턴가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가는데, 가족이나 지인들과 어디 제대로 쉴 만한 곳은 없을까. 호수가 보이거나 새소리 지저귀는 숲 속의 고택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몸을 맡길 수 있다면 좋겠다.

`구름에` 고택 8채 개보수 개장
전통과 현대 과감한 접목이 특징
인근 골프장·유교랜드 등 위치
만족도 높아 예약률 꾸준히 증가


자연과 더불어 역사기행으로도, 심신을 달랠 곳으로도 훌륭한 휴(休) 공간이 안동에 있다. 도심에서 불과 수km 떨어진 안동시 민속촌길 190번지에 위치한 전통 고택 리조트 `구름에`란 곳이다.

안동 민속촌 언덕길을 거닐다 보면 산자락 아래 옹기종기 모인 고택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아한 기와, 훤히 트인 대청마루, 한지를 바른 여닫이 문 등 겉보기엔 전형적인 전통 한옥 모습 그대로다.

▲ 전통과 현대의 건축미가 잘 어우러진, 전통고택 리조트 `구름에` 내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 전통과 현대의 건축미가 잘 어우러진, 전통고택 리조트 `구름에` 내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예술·철학인이나 시인이 아니고서야 일반인들이 고택 체험하면 옛 방식의 시설 때문에 가장 먼저 불편함을 우려할 수 있지만 구름에는 다르다.

곁 모습은 전통 고택 그대로지만 내부는 현대적 편리함을 제대로 갖춰져 있다. 기존 한옥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되 내부에 현대적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

빼어난 경치에다 주위 곳곳에 유교문화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유실될 위기의 문화재를 되살린 국내 최초의 고택 리조트이다. 낙동강과 안동댐 주변의 청정 자연환경, 전통 한옥의 멋과 현대적인 편리함이 만난 공간으로서 한국인의 정성과 지혜가 깃든 서비스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안동 야외민속촌의 8채의 고택을 개보수해 지난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8호인 계남고택과 까치구멍집 등 8동의 고택이 위치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400년 고취가 담긴 종택 2채(계남고택·칠곡댁)와 재사 2채(팔당회·감동재사), 정자 3채(서운정·청옹정·박산정) 등 7채를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고택들은 1975년 안동댐 건설 당시 수몰 위기로 이 곳으로 옮겨온 후 새 숨결을 얻었다.

▲ 안동시 민속촌길에 위치한 전통고택 리조트 `구름에` 전경. 계남고택·칠곡댁·팔회당재사·감동재사·서운정·청옹정·박산정 7채가 숙박공간이다.
고택과 현대 건축의 만남으로 되살아난 이곳은 객실마다 편의성을 살려 내부에 현대적 욕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다. 개별 실내 온도조절에다, 실내외 간접조명을 살려 마치 고택이 살아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조명등 하나 눈에 띄지 않고 마치 고택 자체에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벽과 벽 사이에 간접 조명기구를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옛 벽의 한지 문을 열면 유리 문이 나온다. 한지 문과 유리문은 각기 과거와 현재, 시간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기존 고택의 재현·복원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과 달리 금속·유리 등 현대 건축 재료를 과감히 끌어들여 옛 한옥과의 조화를 이루게 한 것이다.

고택의 가장 큰 단점은 보안의 허술함과 욕실 사용 문제. 문고리를 걸어도 불안한 마음은 첨단 출입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했고, 샤워를 하기 위해 마당을 건너다니는 불편함도 고택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기능을 살려 `집 속의 집` 개념을 끌어들였다.

서비스 면에서도 도어맨 서비스와 당직 지배인 배치, 깨끗한 전통이불 등 호텔급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안동 전통음식을 기반으로 한 아침식사가 무료로 제공되며, 전통문화 공연 및 한지 등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고택 리조트 주변에 안동문화관광단지가 조성돼 있어 골프장, 식물원, 첨단 유교문화체험관인 유교랜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월영교와 호반나들이길, 목선을 타거나 전통 차를 음미할 수 있는 개목나루터가 인근에 있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문을 연지 5개월 남짓 기간만에 지금까지 3천7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체험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고택 리조트 예약율도 7월 50%, 8월 65%, 9월 68%, 10월 75%를 육박했다. 17일 현재 예약율도 절반이 넘은 상태다. 구름에 고택 리조트 김상철 지배인은 “자녀들이 70~80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예약을 많이 하고, 신혼부부, 중년 부부 외에도 3대 가족들도 애용하고 있다” 면서 “최근에는 10~20명 정도 소규모 회사 워크샵 장소로도 이용할 정도로 예약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가볼만 한 곳은 20분 내외 차량 거리에 오천군자마을과 도산서원이 있다. 오천군자마을은 조선 초 입향조인 김효로(孝盧)공이 이곳에 정착한 후 수많은 인물을 배출해 추로지향(鄒魯之鄕)인 안동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이다. 도산서원도 조선시대 퇴계 이황 선생이 많은 인재를 길러낸 곳이다.

◇전통고택 리조트 `구름에` = 150년~400년 역사를 간직한 조선시대 한옥을 SK행복나눔재단과 안동시가 `고택 살리기`의 일환으로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로 만든 곳이다. 고택은 1975년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했던 것을 민속전시관으로 옮겼다가 2005년에 현재 위치로 다시 옮겨놓았다. 7월 1일부터 이곳을 숙박 공간으로 쓰이는 7채는 계남고택·칠곡댁·팔회당재사·감동재사·서운정·청옹정·박산정이다. 리조트 조성은 SK행복나눔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안동시와 MOU를 맺고 추진했다. 운영은 SK행복나눔재단이 설립한 사회적기업 `행복전통마을`이 맡고 있다. 문의 (054)823-9001. 홈페이지 www.gurume-andong.com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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