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득 자치행정 1부

포항시의 궁색한 의전(儀典)이 뒤늦게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일 서장은 주 일본 히로시마총영사관 주관으로 시모노세키 상인 10여명이 상단(商團)을 구성해 포항시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포항시청을 찾아 김재홍 부시장을 만났다. 면담 장소는 부시장실이 아닌 9층 소회의실. 이 자리에는 김 부시장과 이영환 히로시마 부총영사와 상단, 시청직원, 구룡포수협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강덕 시장은 경주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 총회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문제는 시장이 없는 가운데 내빈을 응대하는 시 공직자들의 자세다. 이날 상단은 시가 마련한 홍보영상을 시청했다. 그런데 영상의 음성과 자막 모두 한국어로 돼 있는 것을 상영했다는 것. 그 것도 통역사 한 명조차 배치 않고 말이다. 시에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력들이 많고, 일본어로 제작된 시 홍보 영상물도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날따라 한국어로 제작된 영상만을 보여줬다.

더욱 가관인 것은 상단과 기념촬영을 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이날 오전 시청을 찾은 터키 이즈미트 시장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는 것. 이건 결례 수준을 넘어 그들을 무시하는 처사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시장이 자리를 비웠다고 하지만 포항시의 의전이 이래서는 안된다.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기 바빴던 홍보실은 이날 그 흔한 보도자료 한건 내지 않았다. 만약 그 자리에 이 시장이 참석해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대접했을까. 숱한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날 일본 상단에게 포항시가 왜 그런 대접을 했을까. 지역 호사가들의 입에서는 벌써부터 이강덕 시장의 행적을 놓고 입방아를 짓고 있다. 이번 방문을 주선한 서장은 총 영사는 다음 총선에 지역 국회의원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보니 공직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국회의원님의 근심(?)을 덜어주고, 차기 경쟁자의 견제(?)를 확실히 덜어주려 한 것일까? 도대체 이해 못할 부분이다. 이날 의전을 지켜보면서 `창조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포항시가 취해야 할 행동이 이 정도였는가를 곰곰히 되새겨 본다. 이강덕 시장이 취임일성으로 외친 `창조도시 포항건설`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기를 빌어본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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